어딘가에 멀쩡히 걸어 들어갔는데, 휠체어를 타고 나왔다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긴 있었던 거겠죠.
구치소에서 교도관에게 폭행을 당해 다리가 부러졌다는 남성의 이야기인데, 구치소 측의 부인에도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먼저, 안정모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 기자 】
지난 2022년 6월 서울 동부구치소에 입소한 김 모 씨는 일주일 만에 다리가 부러져 전치 10주의 진단을 받았습니다.
소란을 피운다는 이유로 교도관들이 보호실로 끌고 간 뒤였습니다.
▶ 인터뷰 : 김 모 씨 / 고소인
- "바로 팔 잡고 업어치기 해서 콘크리트 바닥에 바로 떨어지면서 이게 고관절이 부러진 거거든요…몇 대 맞았는가는 기억이 안 납니다."
김 씨는 보호실에서 꼬박 사흘을 보낸 뒤에야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 인터뷰 : 김 모 씨 / 고소인
- "없던 거로 해줄 테니까 나 빨리 내보내 주라고 소리쳤죠…"너 없던 걸로 할 거지" 그래서 알았다고 빨리 병원이나 가자고…."
당시 같은 방을 썼던 한 재소자는 김 씨가 걷기는커녕 기어다니기도 어려웠다고 기억했습니다.
▶ 인터뷰 : 유 모 씨 / 당시 재소자
- "오른쪽 대퇴부부터 심한 피멍이 막 들어 있고…잘 기지도 못했습니다. 멀쩡하게 나갔다가 3일 후에 그렇게 돼서…."
구치소 측은 김 씨의 골절이 최소 수개월 전에 생긴 거라며 '오래된 외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김 씨의 입소 당시 진료기록에는 다리 골절에 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 인터뷰 : 당시 외래진료 담당의
- "오래된 골절이라고 돼 있는데 이거는 아닌 것 같아요. 과거 골절이 아닙니다. 절대로…MRI에서 이 정도로 보일 정도면요."
지난해 2월 출소한 김 씨는 교도관 3명을 고소했지만 경찰은 "당시 피의자들이 근무가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며 사건을 1달여 만에 불송치 결정했습니다.
MBN 취재 결과 김 씨가 보호실로 끌려간 2022년 6월 27일 밤 11시쯤, 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A 계장이 실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스탠딩 : 안정모 / 기자
- "지난 8일 검찰이 보완수사를 경찰에 요구하면서 서울 송파경찰서는 김 씨의 부상 사건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했습니다. MBN 뉴스 안정모입니다. [an.jeongmo@mbn.co.kr] "
【 앵커멘트 】
경찰은 의료 기록을 충분히 들여다보지도 않고 구치소 입소 전에 수감자가 다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폭행을 가한 것으로 의심되는 교도관도 당시 근무 중이었는데 근무가 아니었다고 불송치 사유서에 적었는데요.
경찰 수사의 석연치 않은 부분, 이어서 백길종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 기자 】
고소인 김 씨가 2022년 7월 1일, 외래진료에서 찍은 CT 사진입니다.
뼈의 선이 매끄럽게 떨어진 반대쪽과 달리, 오른쪽 대퇴골은 군데군데 끊겨 있습니다.
교차검증을 위해 만나본 정형외과 전문의는 "엑스레이만 봐도 심각한 골절"이라는 소견을 밝혔습니다.
▶ 인터뷰 : 정형외과 전문의
- "이 부분에 가다가 끊겨 있고요. 이 부분이 뼛조각이 돼 있는데…부러지면서 안으로 처박힌 거죠. 이거는 정형외과 전공의한테 보여줘도 다 골절이라고…."
이 정도의 골절이라면 김 씨가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였더라도 독방에 갈 정도의 난동을 부리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 인터뷰 : 정형외과 전문의
- "이 상태에서 들어가셨으면 걷지 못했죠. 정말 잘해 봐야 휠체어고, 계속 누워 계셔야 합니다."
하지만 경찰은 의료사진 기록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골절이라는 점은 진료기록으로 확인했다"면서도 김 씨의 부상이 정확히 어떤 상태였는지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는 겁니다.
또 폭행 피의자인 교도관이 사건 당시 구치소 내에서 상황대기 근무 중이었던 걸 확인하고도 김 씨에게는 근무가 아니었다고 통보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CCTV가 이미 삭제됐고, 누가 언제 어디서 폭행했는지 진술이 불분명했다는 게 진짜 이유"라고 해명했습니다.
구치소 재소자의 특이사항을 기록하는 이른바 '동정 시찰'에 김 씨 관련 기록이 전무한 것도 석연치 않은 점입니다.
▶ 인터뷰(☎) : 서울동부구치소 관계자
- "기자님 말대로 그 안에서 그런 일이 있었으면 부상보고나 동정보고를 안 썼단 거는 말이 안 되거든요."
재수사를 통해서 폭행과 부실 수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경찰과 구치소 양측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MBN뉴스 백길종입니다. [100road@mbn.co.kr]
영상취재 : 김원·김현석·김태형 기자, 현기혁 VJ
영상편집 : 이동민, 오광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