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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한잔 떠준 적 없다"…'순직 소방관' 유족 추모식 지원 '0원'

기사입력 2024-02-04 09:22 l 최종수정 2024-02-04 09:33
올해 추모식 보조금 30% 줄여…"예산 삭감 추세 따른 것"
소방청 "신규 항목 만들기 어려워…올해 첫 순직 소방관 예산 확보"

제20회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식 거행 / 사진 = 연합뉴스
↑ 제20회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식 거행 / 사진 = 연합뉴스

최근 경북 문경 화재 현장에서 진화 작업에 나섰던 김수광· 박수훈 소방관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순직 소방관 예우를 강조해온 당국이 지난 20년간 유족들의 추모식 예산 지원에는 소홀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소방 당국은 해마다 장비와 인력 확보 등에 많은 예산을 편성하고 있으나, 정작 현장에서 화마 속에 스러진 소방관과 그 유족을 살피려는 노력이 크게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어제(3일) 소방청과 국가보훈부 대전지방보훈청 등에 따르면 순직 소방공무원 유족들을 회원으로 둔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기념회는 2004년부터 매년 대전 국립현충원에서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식'을 열어 왔습니다.

당시 추모식은 소방청이 주최하고, 주관은 추모기념회가 맡았으며 대전보훈청은 행사를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추모식 예산은 총 5,000만 원이었는데, 대전보훈청이 국고보조금에서 4,000만 원(80%)을 지원했고, 기념회는 후원금과 유족 회비로 나머지 1,000만 원(20%)을 충당했습니다.

하지만 소방청에서 예산 지원은 없었습니다. 작년뿐만 아니라 추모식이 처음 열린 2004년부터 2023년까지 예산 지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순직 소방관을 추모하며' / 사진 = 연합뉴스
↑ '순직 소방관을 추모하며' / 사진 = 연합뉴스

이에 한 순직 소방관 유족은 "소방청은 그간 (추모식을 위해) 물 한 잔도 떠 준 적이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대전보훈청이 2016년부터 추모식 개최를 위해 매년 지원해온 국고보조금 4,000만 원도 올해는 30% 삭감된 2,880만 원으로 줄었습니다.

대전보훈청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예산을 삭감하는 추세라 대부분의 보훈 행사 보조금이 20% 정도 축소됐다. 어떤 곳은 못 받는 곳도 있다"며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식은 의미 있는 행사로, (현재로서는) 가장 많이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뒤늦게나마 소방 당국이 올해 예산에 순직 소방공무원 관련 사업 예산을 처음으로 반영한 것은 달라진 부분이긴 합니다.

사업 예산은 총 1억 원으로 소방청장 위문품 명목에 5,000만 원, 나머지 5,000만 원은 올해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조성되는 '소방영웅길' 사업 등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소방청 관계자는 "순직 공무원 관련 예산은 (그동안) 없었지만, 올해 처음으로 1억 원 예산을 세우게 됐다"며 "예산에 신규 항목을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해

명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올해 21번째 순직 소방관 추모식은 11월에 있을 예정입니다.

최근 10년간(2014∼2023년) 화재 진압·구조·구급 등 소방 활동을 하다 숨진 소방공무원은 40명이며,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 화재 현장에서 숨진 고(故)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를 포함하면 42명입니다.

[하승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iuoooy3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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