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기소 후 약 4년 11개월 만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자세한 소식 법원에 나가 있는 취재기자 연결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홍지호 기자, 선고가 조금 전에 이뤄졌죠?
【 기자 】
네, 서울중앙지법에 나와 있습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심 선고는 4시간 반 정도 만인 오후 6시 반쯤 끝났습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공무상비밀누설 등으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에겐 47개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무죄의 이유는 "직권 없이는 직권남용도 없다"는 법리였습니다.
담당 재판부 외에는 아무도 재판에 대한 지시를 할 수 없다며 대법원장도 직무 권한이 없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겁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다른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도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판사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든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된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 역시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이번 재판은 지난 2019년 검찰의 기소 이후 1,810일 만에 이뤄진 것인데, 사안이 복잡하고 혐의가 많아 오늘 선고를 하는 시간까지 상당히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 앵커멘트 】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것처럼,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된 혐의가 상당히 많았었죠.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 기자 】
양 전 대법원장에겐 47개의 범죄사실이 적용됐습니다.
우선 검찰은 강제동원 손해배상,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국정원 대선개입,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 등 재판에 개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상고법원 설치와 법관의 해외 파견 등을 위해 청와대와 외교부의 협조를 받으려고 이렇게 범행했다고 본 겁니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수사 초기부터 혐의를 줄곧 부인해 왔습니다.
▶ 인터뷰 : 양승태 / 전 대법원장 (2018년)
- "대법원의 재판이나 하급심의 재판이나 부당하게 간섭, 관여한 바가 결단코 없습니다."
특히 일부 판사들을 사찰하고, 헌법재판소의 내부기밀을 수집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저지른 정황으로 이번 사건은 '사법농단'이라고도 불렸는데요.
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검찰 소환과 기소까지 이어졌던 사건이라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검찰은 판결을 면밀하게 분석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법에서 MBN뉴스 홍지호입니다. [jihohong10@mbn.co.kr]
영상취재 : 박준영·한영광 기자
영상편집 : 오혜진
그래픽 : 염하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