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없이 판결문 낭독..."증명 없다" 잇단 판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건 1심 선고공판이 이례적으로 장시간 진행되면서 법정에서 보기 쉽지 않은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 사진=연합뉴스 |
오늘(26일) 오후 2시쯤 서울중앙지법 358호 법정에 들어선 재판부는 먼저 본격적인 판결 이유 설명에 앞서 '장시간 선고'부터 예고했습니다.
재판장인 이종민 부장판사는 "공소장이 300여페이지에 달한다. 따라서 판결 이유 설명만으로 상당히 많은 시간이 예상된다"며 "일과 중 선고가 마쳐질지 미지수다. 휴정 시간을 가질 수 있단 것을 이해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실제로 법대 위에 약 40㎝ 두께의 서류를 보고, 방청석에서 작은 탄성이 흘러나오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양 전 원장 측의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주장, 증거 능력에 대한 판단에 이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별 판단 설명을 2시간 10분간 이어갔습니다.
재판장은 이마를 쓸어 넘기며 "공모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 "증명이 없다" 등 내용의 판결 요지를 쉼 없이 읽어내렸습니다.
마스크를 쓴 채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은 양 전 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은 판결문 낭독 내내 미동 없이 두 눈을 감고 있거나 허공을 응시했습니다.
판결문 낭독 시간이 길어지면서 양 전 원장은 이따금 미간을 찌푸리거나 의자에 몸을 깊숙이 기대기도 했습니다.
통합진보당 잔여재산 보전처분 관련 재판 개입 혐의 설명을 마치자 재판장은 오후 4시 10분쯤 10분간 휴정한 뒤 다시 낭독을 이어갔습니다.
휴정 시간 양 전 원장은 법정 안에서 변호인과 대화하며 눈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날 법정 안에는 92석의 방청석이 변호인단, 취재진, 방
양 전 원장 시절 일선 판사들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가 확정된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도 자리해 재판을 지켜봤습니다.
한편, 사법부 전직 수장이 법정에 서는 건 헌정사상 처음이며 양 전 원장은 기소 뒤 4년 11개월간 약 290번의 재판을 했습니다.
[오지예 기자/calling@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