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수백억 배임…이상직 전 의원 징역 2년 선고

해외 항공사 설립에 투자…항공기 리스 지급보증
박석호 타이이스타젯 대표는 집행유예

↑ 이상직 전 의원 / 사진=연합뉴스

이스타항공 자금으로 태국 저가항공사 '타이이스타젯'을 설립해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전주지법 제11형사부(노종찬 부장판사)는 오늘(2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의원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같은 혐의로 법정에 선 박석호 타이이스타젯 대표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습니다.

이 전 의원과 박 대표는 2017년 2월부터 5월까지 이스타항공 항공권 판매대금 71억 원을 태국 저비용 항공사 타이이스타젯 설립 자금으로 써 이스타항공에 경제적 손실을 끼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또 이들은 2019년 8월 타이이스타젯 항공기 1대 리스(임대) 비용 369억 원을 이스타항공이 지급 보증하도록 한 혐의도 받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 전 의원에 대해 "우선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고려해야 함에도 독단적으로 타이이스타젯 설립을 결정, 결과적으로 이스타항공에 큰 손해를 끼쳤다"며 타이이스타젯 설립 당시 이스타항공 자금 상황을 보면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고, 70여 억원의 자금을 투입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해외 항공사 설립을 결정하는 데 피고인들을 포함한 극소수만 참여해 경영진, 관련 실무진이 배제된 것은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의사결정 과정"이라며 "배임 혐의에 대한 고의가 인정된다"고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전 의원은 변호인을 통해 검찰이 여러 사안을 나눠 기소하는 이른바 '쪼개기 기소'에 따른 공소권 남용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해 불이익을 줬다면 공소권 남용으로 볼 수 있지만, 수사 진행 과정에서 일괄 기소하지 않고 혐의를 분리했다면 소추 재량권 일탈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박 대표에 대해 "피고인은 해외 항공사 설립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타이이스타젯 설립 보고서를 작성하고 소수만 참여한 의사결정 과정에도 있었다"며 "이러한 사정에 비춰 타이이스타젯 설립과 관련해 (이 전 이원과의) 공동정범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