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AI)으로 쓴 소설이 권위 있는 문학상을 받으면서 '상을 받아도 되는 것이냐'는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 일본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과 나오키상 수상자들이 17일 도쿄에서 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마키메 마나부, 가와사키 아키코(이상 나오키상 수상자), 구단 리에(아쿠타가와상 수상자) / 사진 = 연합뉴스 |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히는 '아쿠타가와상'의 주인공은 일본 소설가 33살 구단 리에입니다.
일본문학진흥위원회는 제 170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으로 구단이 쓴 '도쿄도 동정탑'을 선정했습니다.
이 소설은 범죄자가 오히려 '동정 받아야 할 사람들'로 여겨지는 가까운 미래의 도쿄를 무대로 하며, 고층 교도소 설계를 맡게 된 건축가가 주인공입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일상 생활에 깊숙하게 침투하면서 언어에 대한 과도한 자기 통제가 일어나는 사회를 비판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구단은 "언어로 대화하고 해결하는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이 소설을 썼다"고 밝혔습니다.
이 소설에 대한 갑론을박은 구단이 "소설 전체의 5% 정도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만든 문장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밝히면서 시작됐습니다.
이를 두고 "AI 사용이 창의적이다"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AI의 도움을 받지 않은 다른 작가들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 사진 = 뤼튼 캡처 |
챗GPT에게 이번 논란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챗GPT는 "AI와 같은 기술이 문학 분야에서도 활용되고 있다는 건 매우 흥미로운 발전"이라며 "AI가 소설을 작성하게 되면 새로운 스타일이나 시각을 제시할 수 있다"고 칭찬했습니다.
하지만 AI를 활용한 문학 작품이 권위 있는 문학상을 받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짚었습니다.
"문학상은 작가의 창의적인 능력과 노력을 인정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에 AI가 작성한 작품이 수상한다면 그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겁니다.
AI가 창조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못 박기도 했습니다.
챗GPT는 AI를 '그들'이라고 가리키며 "그들은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장을 생성하며 그 과정에서 인간의 감정이나 경험을 완벽하게 이해하거나 반영하지 못한다"면서 "따라서 AI가 작성한 작품이 인간의 창의력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AI 스스로 AI가 작성한 문학 작품의 창의성을 부정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대책에 대한 답은 어떨까?
챗GPT는 "문학상을 주최하는 기관에서 AI가 작성한 작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에 따라 심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 예시로 AI를 활용한 작품은 인간 작가에 의한 작품과는 또 다른 별도의 카테고리를 만들어 그 안에서 평가하거나, AI가 창작에 어느 정도 참여했는지를 밝히는 것을 필수로 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AI가 작품에 어떻게 참여했고, 어느 정도의 역할을 했는지 명확히 밝히는 것을 조건으로 해서 심사위원들이 그 정보를 바탕으로 수상 여부를 판단하는 식입니다.
또 AI의 참여를 전체 소설에서 일정 퍼센트까지만 허용하도록 명시적 규정을 마련하는 방안도 제시됐습니다.
이번 논란에 대해 아쿠타가와상 선정위원회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아쿠타가와상 선정위원인 히라노 게이이치로는 "AI를 이용해 작품을 썼다는 오해를 받는 것 같다. 읽어보면 작품 내에 AI가 언급된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작품 속 AI와의 대화가 등장하는 부분에서 AI 문장을 그대로 썼을 뿐이니, 수상을 취소할 정도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본 겁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바라보는 여론은 심상치 않습니다.
지금으로선 5% 정도만 AI의 도움을 받은 작품이 나왔지만, '앞으로 AI가 100% 대필한 작품이 나온다면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라는 숙제를 남겨줬습니다.
'이 정도는 괜찮다'는 기준에 대한 합의가 없는 이상 관련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