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주민 1명이 다치고 95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었습니다.
그런데 한 20대 청년이 연기를 뚫고 1층에서 13층까지 뛰어다니며 주민들을 대피시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혁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지난 18일 오전, 서울 방화동 아파트에 회색 연기가 짙게 깔립니다.
잠시 뒤 나타난 한 남성이 다급하게 전화를 걸더니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불이 난 14층으로 올라갑니다.
메캐한 연기에 손으로 코를 막고 이웃들에게 대피로를 안내한 이 남성은 아파트 주민 23살 우영일 씨였습니다.
▶ 인터뷰 : 이웃주민
- "'쿵쿵' 두드리고 '불이야 불' 그러고 갔어요. 문 열고 보니까 흰 반팔티 입고 달리더라니까. 뒷모습만 봤어."
우 씨는 1층부터 13층까지 두 차례 오르내리며 주민들을 대피시켰고, 이 덕분에 95명의 주민들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불이야'를 외치며 문을 두드리고 다닌 탓에 양손은 까만 재로 뒤덮였고, 입에선 검은 가래가 나왔습니다.
출근 준비를 하다 화재 사실을 파악한 우 씨는 위험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잠시 망설였지만 3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용기를 냈습니다.
▶ 인터뷰 : 우영일 / 방화동 아파트 의인
- "아버지가 이제 돌아가실 때 너는 크면서 사람들한테 도움을 주면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라고 하셨어요. 지금 당장 들어가는 게 맞다. 뭐 생각이 필요한가…."
우 씨의 헌신으로 큰 인명피해는 막을 수 있었지만, 현장의 문제점은 남았습니다.
화염과 연기 등을 막을 수 있는 방화문은 활짝 열려 있고, 스프링클러도 없었던 겁니다.
▶ 인터뷰 : 아파트 주민
- "안 울렸다니까. 소방벨도 울려야지 안 울리고, 관리사무소도 나중에 방송했어."
준공된 지 30년이 돼 설치의무대상은 아니었지만, 전체 150가구 중 100가구 넘게 고령자와 장애인이 살고 있는 만큼 대책 마련 역시 필요해 보입니다.
MBN 뉴스 이혁재입니다. [yzpotato@mbn.co.kr]
영상취재 : 이성민 기자
영상편집 : 최형찬
그래픽 : 이새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