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 공항서 붙잡혀 하루 만에 송환되기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일하며 46억 원을 훔쳐서 필리핀으로 도망갔던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혀 지난 17일 우리나라로 강제 송환 됐습니다.
↑ 출처: MBN |
이 남성은 필리핀 현지 검거 8일 만에 수갑을 차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는데요.
국내에서 죄를 짓고 해외로 도피하더라도 해외공항 입국게이트도 못 나가보고 곧바로 붙잡혀 한국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번 [취재중진담]에서는 '강제 송환'의 모든 것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지난해 주로 어떤 죄를 지은 사람들이 해외로 도망갔을까요?
2023년 1년치 현황 자료를 살펴 보면, 보이스 피싱 등 '사기범'이 54%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습니다.
마약(13.3%)과 도박(9.2%), 성범죄(4.1%) 등을 저지른 사람들이 뒤를 이었습니다.
↑ 출처: MBN |
이번에는 국가별로 살펴보겠습니다.
죄를 지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린 해외 도피처는 어디였을까요?
지난해 범죄자들이 가장 숨기에 좋겠다고 생각한 곳 1위는 중국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22년에는 필리핀으로 도피한 사람들도 중국 못지 않게 많았습니다.
이들은 해외로 도망가면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이는 큰 오산입니다.
데이터를 살펴볼까요? 지난 2021년부터 최근 3년 동안 해외에서 검거되어 국내로 강제 송환된 범죄자들은 '1,246명'에 이릅니다.
연도별 송환자 현황 또한 증가세인데요.
2021년에는 373명, 2022년 403명 그리고 2023년에는 470명으로 송환자 수가 늘고 있습니다.
2년 만에 26%가 늘어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CASE #1]
↑ 출처: MBN |
지난해 10월 '충남 택시 강도살인 사건'의 피의자 40대 남성은 범행 직후 태국으로 도주했습니다.
CCTV영상 분석을 통해 이 남성이 방콕행 비행기에 탑승한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태국 이민청과 공조작전을 펼쳤고, 태국 공항에서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했죠.
그러니까 한국에서 범행을 저지른 이 남성은 단 '하루' 만에 태국에서 국내로 붙잡혀오게 된 셈입니다.
[CASE #2]
↑ 출처: MBN |
지난해에 있었던 '대전 신협 은행강도 사건'도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겁니다.
이 사건의 피의자 또한 지난해 8월에 범행을 저지른 뒤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고, 한 달도 안 되어 베트남 현지 카지노에서 검거됐는데요.
검거 후 11일 만에 국내로 송환됐습니다.
[CASE #3]
↑ 출처: MBN |
지난해 4월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청소년들을 속여 마약음료를 마시게 했던 충격적인 사건도 기억나실 겁니다.
이 범행을 지시했던 주범 20대 남성도 중국 당국과의 합동 검거 작전 덕분에 지난해 5월 중국 현지에서 체포할 수 있었습니다.
송환까지는 8달이 걸렸는데, 이렇게 무사히 중국에서 국내로 강제 송환을 한 사례가 추가된 만큼 앞으로도 더욱 당국과의 긴밀한 협조 체계를 기대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국내에서 범행을 저지른 뒤 해외로 도망가더라도 곧 잡혀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1923년에 설립된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을 중심으로 한 집중 검거 체계 및 국제 공조 체계가 더욱 긴밀해지고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폴 수배 중 가장 강력한 조치인 '적색수배'는 많이 들어보셔서 익숙할 겁니다.
적색 수배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중범죄 피의자에게 내리는 국제적인 수배를 뜻하는데요.
인터폴 적색수배의 요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 범죄 관련 사범
② 폭력 조직 중간 보스 이상의 조직 폭력 사범
③ 5억 원 이상의 경제 사범
④ 기타 수사관서에서 특별히 적색 수배를 요청하는 중요 사범
전세계 190개가 넘는 국가에서 동시에 적색 수배가 내려지고, 각국 경찰들이 쫓는다면 피의자는 금방 잡힐 수밖에 없겠죠?
↑ 출처: 인터폴 홈페이지 |
이렇게 해외 현지에서 금방 검거된 피의자를 국내로 들여와서 제대로 된 수사를 받게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인데요.
피의자의 성공적인 국내 송환을 위해서는 우리 정부와 각 국가 별로 협조 네트워크가 잘 형성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경찰은 해외 공조국들과의 상시 연락망인 '핫라인'을 구축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정부 대 정부, 즉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평소에 잘 다져놓은 친분과 협력 관계도 필수적일 수밖에 없는데요.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등 주요 공조국을 경찰청장이 방문해서 해당국의 치안 총수와 양자 회담을 실시하기도 합니다.
또 앞서 소개해드린 강남 마약음료 주범 송환의 과정에서는 경찰청장이 중국 공안부장에게 직접 친서를 보내서 국내 송환을 당부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범죄자들은 해외로 도망쳐봤자 잡혀 돌아오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 연장현 기자 / tallyeon@mbn.co.kr]
‘취재중진담’에서는 MBN 사건팀 기자들이 방송으로 전하지 못했거나 전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들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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