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적 충돌·국지전 가능성 우려"
"문제 푸는 건 외교…기존 제재 이외에 추가 트랙 가동해야"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 "공화국의 부흥발전과 인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한 당면과업에 대하여"를 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4.1.16 |
북한의 ‘말 폭탄’이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연말부터 대한민국이 주적이며, 통일은 없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연일 내고 있습니다. 말 뿐이 아니죠. 북한은 지난해 12월 18일 5개월 만에 대륙간탄도 미사일, ICBM을 발사했습니다. 지난 1월 5일에는 북한이 남측을 향해 해안포 200발을 사격했고, 우리 군은 400발을 대응사격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4일에는 극초음속 고체연료 IRBM 발사에 성공했다고 자평했습니다.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는 '휴짓조각'이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 불을 지핀 건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이었습니다. 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소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지그프리드 해커 교수는 지난 11일(현지시각)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한반도 상황이 1950년 6월 초반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더 위험하다”며 "김정은이 1950년에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전쟁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섬뜩한 경고를 한 겁니다.
웬만한 북한 도발에 꿈쩍하지 않아 '안보 불감증' 아니냐고 지적을 받는 한국 사회지만 '혹시나' 하는 염려가 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MBN 외교안보팀은 북한 전문가 10인에게 현재 상황에 대한 긴급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전문가들 중 한국과 북한 사이의 전면전을 전망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습니다. 의견을 거칠게 요약하면 10명 중 8명 정도는 전면전 가능성을 낮게 봤습니다. 한 마디로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물론 '강대강 대치' 속에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내다보는 전문가도 있었습니다.
유호열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반대로. 우발적인 충돌 또는 국지전 발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러 전문가가 우려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강원 홍천군에서 열린 육군 11사단 혹한기 결전태세 확립 훈련에서 K-21 장갑차 등 장비들이 기동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1.18 |
전면전을 의도하진 않지만 국지전이 확대될 여지는 충분하단 견해도 많았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 칼린 연구원과 해커 박사의 기고문 [38노스] |
앞서 언급했듯 현재 긴장 국면에 중요한 역할을 한 건 미국발 분석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분석에 입장이 엇갈렸습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소 연구위원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전직 고위 관계자는 칼린 연구원과 해커 박사의 기고문이 국내 언론에서 크게 보도되고 이를 통해 위기감이 고조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종합해보면 전문가들의 의견은 '현재 상황에서 한국과 북한 사이에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우발적인 충돌이나 국지전이 발발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에게 한국 정부의 향후 스탠스에 대해 물었습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위원
취재 중 만난 여러 당국자는 언론에서 북한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전하면서 오히려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일견 동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북한의 '말 폭탄' 한 마디 한 마디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기보다 상황을 냉철히 분석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이성식 기자 mods@mbn.co.kr, 권용범 기자 dragontiger@mbn.co.kr, 강재묵 기자 mook@mk.co.kr, 김세희 기자 saay@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