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급이 늘어나고 업체 간 가격 경쟁까지 치열해지면서 문을 닫은 주유소가 늘고 있습니다.
여기에 많게는 수억 원의 폐업 비용 때문에 방치되고 있는 주유소도 많은데요.
폭발 사고와 환경오염에 노출돼 있습니다.
김영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충북 보은의 한 주유소입니다.
시설마다 거미줄이 걸려 있고, 주유기에는 먼지가 쌓인 채 녹이 슬었습니다.
▶ 스탠딩 : 김영현 / 기자
- "곳곳에 불이 붙기 쉬운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어 화재가 발생할 우려도 있지만, 주유소 출입을 막는 시설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또 다른 주유소는 더 심각합니다.
간판은 떨어져 있고, 기름을 넣던 곳에는 창고에나 쌓여 있어야 할 물품들이 놓여 있습니다.
맨홀 안은 빗물만 한가득 고였습니다.
지하에는 유류 저장 탱크도 그대로 있어 토양오염은 물론 폭발사고 우려까지 있습니다.
▶ 인터뷰 : 주유소 운영자
- "휴업 신청한 지가 몇 년 됐어요. 이거 다 담보 잡혀 가지고 융자해서 (주유소 할 때) 몇 억 줬지. 이러다 보니까 빚만 지고 있는 거예요."
최근 4년간 이렇게 문을 닫은 주유소는 3천 500개.
도로가 새로 나고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업체 간 치열한 가격 경쟁 끝에 결국 휴업이나 폐업을 결정했습니다.
문제는 1년에 500개 넘는 휴업을 신고한 주유소가 말로만 휴업이지, 사실은 장사를 포기한 폐업과 다름 없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겁니다.
폐업을 하고 싶어도 토양 정화나 시설 철거 비용이 만만치 않다 보니 그대로 방치할 수밖에 없습니다.
▶ 인터뷰 : 박무제 / 한국주유소협회 충북지회 사무국장
- "정화 작업을 하는 데 비용들이 적게는 7천만 원에서 많게는 3억~4억 원까지도 나옵니다. 그 비용을 감당해 낼 수 있는 개인 사업자는 없다고 봅니다."
주유소 폐업을 지원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해 이른바 '좀비 주유소'는 오늘도 또 하나 늘었습니다.
MBN뉴스 김영현입니다.
영상취재 : 박인학 기자
영상편집 : 송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