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성범죄 혐의로 검거된 의사 793명
↑ 약물에 취해 차를 몰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운전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한 의사 염모씨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약물에 취한 채 운전하다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이른바 '롤스로이스 사건', 해당 운전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한 의사가 마취 상태의 환자들을 성폭행하고 불법 촬영한 혐의가 드러난 가운데 피해자들이 엄벌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류관리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준강간, 준강제추행) 등 혐의로 40대 의사 염모 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고 어제(5일) 밝혔습니다.
경찰은 염 씨가 '롤스로이스 사건' 피의자인 신모 씨(28)에게 마약류를 처방한 혐의에 대해 수사하던 중 염 씨의 불법촬영 등 성범죄 혐의도 포착했습니다.
염 씨는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수면 마취상태의 여성 환자 10여 명을 성폭행하고 불법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염 씨는 여성들이 잠들면 자신의 신체 부위를 여성들의 얼굴에 가져다 댄 뒤 영상을 촬영하는 등의 범행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염 씨에게 성추행 및 불법 촬영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은 현재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지난 4일 MBC가 공개한 인터뷰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접했던 염 씨의 불법 촬영물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호소했습니다.
당시 지인의 소개로 염 씨의 병원에 가게 됐다는 피해자 A씨는 "처음에 그 사진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냐"라는 물음에 "수술실에서 제가 누워 있는 사진이었는데 위·아래가 다 벗겨져 있었다. 더 이상 못 보겠더라"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하던 일까지 그만뒀다는 A씨는 "도저히 말할 곳도 없고, 병원에 다니면서 그냥 수면제 없으면 잠도 못 자는 상태"라고 털어놨습니다.
3년 전부터 염 씨의 병원에 다녔다는 40대 여성 B씨도 증거물을 본 이후로 일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는 "이게 다른 사건으로 인해 밝혀지지 않았으면 저는 아직도 그 병원을 다니고 있었을 수도 있다"며 "혹시 이게 지금 소장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유통했거나 다른 사람과 공유가 됐을까 봐 두렵다"라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염 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습니다. A씨는 "이름을 바꾸고 병원 간판을 바꾸고 개원을 하면 또 모르고 사람들이 갈 거다. 다시는 의사를 못 하게 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의사들의 성범죄는 해마다 159명꼴로 일어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성범죄 혐의로 검거된 의사는 793명(한의사·치과의사 포함)입니다. 유형별로는 강간·강제추행이 87%, 불법촬영이 10%였습니다.
지난해 11월 개정 의료법이 시행되면서 어떤 범죄든 관계없이 의료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됐지만, 판결 확정 전까지 별 제한 없이
실제 최근 5년간 성범죄로 인해 면허가 정지된 경우는 6명에 불과했으며, 처벌 수위도 낮았습니다. 가장 길게 면허 정지를 받은 게 1년이었고 이는 6명 중 1명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5명은 면허정지 한 달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akjy785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