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묵호항에 도착한 지진해일 (MBN 뉴스7) |
1월 1일, 2024년이 시작된 날.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오후 4시 10분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했습니다. 가공할만한 위력의 강진에 건물이 무너지고 도로가 파괴됐습니다. 100명에 가까운 사람이 숨졌고 여전히 구조되지 않은 사람들까지 있습니다.
↑ 노토반도 지진 발생 위치 (기상청) |
↑ 한반도에 발생한 지진해일 (기상청) |
지진해일은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 발생한 자연재난입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이 남아있는데, 1643년(인조 21년) '울산에서 땅이 갈라지고 물이 솟구쳐 나왔으며 바다 가운데 큰 파도가 육지로 1, 2보 나왔다가 되돌아 들어가는 것 같았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1681년(숙종 7년)에도 '지진이 발생했을 때 파도가 진동하고 끓어올랐으며, 해변이 조금 작아져 마치 조수가 물러난 때와 같았다'고 적혀있습니다. 땅이 흔들리고 바닷물이 밀려왔다는 표현에서 지진해일이 발생한 것을 기록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1900년 이후에도 4차례 지진해일이 왔었고 실제로 피해를 입었습니다. 1983년 5월 26일 일본 혼슈 아키타현 인근 바다에서 규모 7.7의 지진이 발생해 묵호항에 2m가 넘는 해일이 덮쳤습니다. 다른 동해안 도시에도 1m가 넘는 해일이 덮쳤고 1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됩습니다. 1993년 7월 12일에는 일본 오쿠시리섬 인근 바다에서 규모 7.8의 지진이 일어났고, 속초에 무려 273cm의 해일이 밀려왔습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항구에 있던 선박들이 부서졌습니다.
그럼 우리나라에도 수십 미터에 달하는 지진해일이 올 가능성이 있을까요? 확률이 '0'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전문가들은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 도착하는 지진해일이 10m를 넘길 가능성은 크지 않고 3~4m까지는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지진해일 발생 과정 (기상청) |
그렇다면 지진해일은 어떻게 발생할까요?
우선 규모 6 이상의 강력한 지진이 필요합니다. 위 그림처럼 단층이 수직으로 어긋나며 강력한 에너지가 방출되고 이 힘으로 파도가 만들어져 육지까지 이동하는 겁니다. 그리고 지진이 발생한 곳의 깊이가 얕을수록 강한 지진해일이 발생하는데 약 80km 이내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해일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지진만이 해일을 일으키는 유일한 재난은 아닙니다. 화산도 해일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인도네시아의 크라카타우 화산섬 군도에서 1883년 강력한 화산이 폭발하며 섬이 물이 잠겼고, 이 영향으로 해일이 발생했습니다. 수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는 엄청난 재난이었습니다. 또 빙하나 커다란 산이 호수로 떨어지며 해일이 발생하기도 했고, 영화에 단골 소재로 사용되는 운석 충돌로 지진해일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 2011년 일본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마을 (연합뉴스) |
2011년 3월 11일 일본 미야기현 앞바다에서 규모 9의 엄청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이 지진으로 진앙에서 가까운 도시들은 물론 도쿄를 포함해 수백 km가 떨어져 있는 도시의 건물들까지 피해를 입었습니다. 지진보다 무서운 건 지진해일, 쓰나미였습니다. 일본 동쪽 해안 지역에 무려 최고 40m에 달하는 지진해일이 덮쳤습니다. 이 지진으로 1만 5천여 명이 숨지고 2천여 명이 실종됐는데, 대부분이 지진해일 때문에 숨졌습니다.
해일은 인명피해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에 바닷물이 밀고 들어와 전력 공급이 끊겼습니다. 냉각장치가 가동이 멈췄고, 지진이 발생하고 하루가 지난 3월 12일 원자로가 폭발했습니다. 이 사고는 인류 최악의 원자력 사고 중 하나로 지금까지 오염수 등 수많은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을 덮친 지진해일도 엄청난 상처를 입혔습니다. 지진의 강도는 9.3으로 관측 역사상 두 번째로 강한 지진이었습니다. (가장 강한 지진은 규모 9.5의 1960년 칠레 지진) 해일은 인도네시아, 인도, 스리랑카 등 많은 국가를 동시에 강타했는데, 28만 명이 숨지고 1만 4천 명이 실종됐습니다.
일본 인근 바다에서 지진이 발생해 우리나라까지 도착하기까지는 1~2시간이 걸립니다. 대피하기 충분한 시간이죠. 재난문자나 방송에서 지진해일이 다가오고 알리면 곧바로 체온을 보호할 수 있는 옷과 휴대전화를 챙기고 10m 이상의 산이나 언덕으로 향해야 합니다. 만약 고지대로 가는 게 어려운 상황이라면 3층 이상의 튼튼한 콘크리트로 건물 꼭대기로 올라가야 합니다.
또 해일에 대비해 해안지역엔 해일대피소가 존재합니다. 국민재난안전포털에는 우리동네의 지진해일 대피소에 대해 안내하고 있으니 미리 대피소가 어디 있는지 확인해 두는 게 좋습니다. (https://www.safekorea.go.k
파도가 한 번 왔다가 잠잠해졌다고 지상으로 내려가면 안 됩니다. 지진해일은 10~15분 간격으로 계속 밀려오기 때문에 재난경보가 사라질 때까지는 안전한 곳에 머물러야 합니다.
[ 강세현 기자 / accent@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