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노출 우려”vs“노쇼도 위법성 가려야”
챗GPT “위반은 아니지만 사회적 공정성 어긋나”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1. “소위 줄 서는 맛집들은 이미 앱을 통해 예약 잡는 게 기본이라서 불편함을 느낀 적 없다. 오히려 예약 시간을 알기에 추운 날 길에서 시간을 버리지 않고 계획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미리 메뉴를 주문하는 곳도 있어 입장과 동시에 식사를 할 수 있어 더 편리하다” (서울 거주 23살 대학생 김 모 씨)
#2. “직접 찾아온 사람보다 예약이 우선이라는 게 이해가 잘 안 간다. 특별한 날이라면 모를까 대개 앱으로 예약을 거는 음식점에 안 가는 편이다. 식당이 거기 한 곳뿐인가” (서울 거주 56살 사업가 박 모 씨)
유명 음식점을 예약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줄을 서서 순서대로 차례를 기다리기보다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대기를 걸어놓을 수 있게 되면서입니다.
인기 오프라인 식당을 중심으로 원격 줄서기 시스템이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편의를 명목으로 앱을 통해서만 예약할 수 있게 한 식당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최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가 공개한 ‘2023 개인정보 법령해석 사례 30선’에 따르면 줄서기 앱의 설치 강요가 위법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과태료 대상이 된 겁니다.
전화 또는 현장 예약 등 대체 수단 없이 예약을 위해 앱 설치를 강요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에 어긋난다는 설명입니다.
시민들은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개인정보를 우려했는데 잘된 것 같다” “예약금도 걸게 하던데 기가 찼다”는 의견과 “개인 장사에 손님 받는 방법이 다를 수 있는데 굳이 위법성을 가려야 하나”, “예약 후 노쇼(No show)도 법으로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등의 반응이 나왔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변화에 법령이 따라가지 못하는 걸까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한 때일까요?
MBN은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에 ‘줄서기 애플리케이션으로만 예약을 받는 음식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인가’라고 물어봤습니다.
↑ 사진=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 캡처 |
챗GPT는 앱을 통해서만 예약을 받는 시스템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챗GPT는 “앱은 사용자의 명시적 동의를 통해 필요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그 정보는 주로 서비스 제공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사용자 동의 없이 제3자에게 공유되는지 등 개인정보가 적절하게 보호·관리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며 음식점 및 사용자 모두 이 부분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음식점이 줄서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만 예약을 받도록 하는 것은 일부 소비자들에게 서비스 접근성을 제한할 수 있다”며 “사회적 공정성에 어긋날 수 있으므로, 다양한 방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나아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는 구체적인 상황과 법률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명확한 목적과 법적 근거 △수집 방법과 범위 △개인정보 유출, 변조, 훼손 방지를 위한 보안 조치를 포함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사진=개인정보보호위원회 '2023 개인정보 법령해석 사례 30선' 캡처 |
개인정보위가 식사 예약을 위한 앱 설치 강요가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된다고 본 건 ‘선택적 동의’를 제한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개인정보위는 식당 예약을 위해 고객에게 앱을 다운 받도록 하거나 카카오톡 친구맺기 등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관련 “위치, 프로필, 배경 영상, 이름, 별칭 등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것”이라며 “서비스 제공을 위하여 고객의 선택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2조 제5항은 ‘선택적으로 동의 할 수 있는 사항을 동의하지 않거나 정보주체가 목적 외 이용・내지 제3자 제공에 대해 별도의 동의를 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정보주체에게 재화 또는 서비스의 제공을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해당 법령에 따라 손님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고 앱 설치, SNS 연동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서비스 제공을 하지 않는 건 위법하다는 판단입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외식 예약 플랫폼 이용자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표적인 예약 앱 ‘캐치테이블’의 지난해 말 기준 월 활성 이용자 수(MAU)는 3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웨이팅 서비스의 누적 대기 수도 65만 건을 상회했습니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예약 앱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에 나온 개인정보위의 법령 해석을 일반화하면 안 된다고 우려했습니다.
최경진 개인정보전문가협회장(가천대 법학과 교수)은 MBN과의 통화에서 “일반화 시켜서 보면 심각한 오류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앱 설치를 강제하는 부분 △앱을 설치한 이후 개인정보 동의를 강제하는 부분 △개인정보 수집은 가능하지만, 최소한의 정보를 넘어서서 과도한 정보를 수집하는 부분 △일회성 정보를 계속 보관해 광고성 메시지를 보내 본래 예약 목적을 넘어서 이용하는 부분 등 어떤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지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최 협회장은 “법적 맥락에 따라 적용되는 법조문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며 “예약용 앱 설치 자체가 안 된다는 일반화된 넓은 해석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한 과도한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앱을 활용한 예약 시스템은 맛집에 그치지 않고 병ᦊ
앱 사용이 본격화되면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스마트폰과 앱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의 디지털 격차 문제 등 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