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N 김경기 기자가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입주 직전 현장을 취재하고 있다. 출처 : MBN뉴스7 |
서울 강남구 개포동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1980년대 초반에 대한주택공사가 건설했던 5층 높이 대단지 아파트가 네 곳이나 있었습니다. 바포 개포주공아파트 1단지에서 4단지까지입니다. 그런데 지은 지 30년이 넘어가면서 차례로 재건축이 마무리돼 2단지는 래미안블레스티지(19년 입주, 1,957세대)로, 3단지는 디에이치아너힐즈(19년 입주, 1,320세대), 4단지는 개포자이프레지던스(23년 입주, 3,375세대)로 변신했고, 마지막으로 1단지가 한 달 전인 지난 11월30일부터 입주에 들어갔습니다.
단지명은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6,702세대에 달하는 거대단지로 4개 단지 중 가장 큰 규모입니다. 1990년 이후 강남 3구에 들어선 아파트 중 송파구 헬리오시티(9,510세대)와 파크리오(6,864세대)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통상 이 정도 대단지가 입주에 들어가면 쏟아지는 전세 물량으로 해당 단지는 물론 주변 전세가격까지 끌어내리곤 했습니다. 실제 지난 2018년 12월 입주에 들어간 송파 헬리오시티의 경우 입주장 초기엔 전용면적 84㎡ 전세가격이 8.5억 원에 달했는데, 계속 낮아져 5억 원의 벽이 깨지기도 했습니다.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전세 가격도 당연히 비슷하게 흘러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입주가 시작된지 1달이 지났는데도 전세 가격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모습입니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에선 "입주마감이 다가오면서 잔금을 못 치를까봐 불안해지는 집주인들이 간혹 가격을 내린 전세물건을 내놓는데, 수요자가 많이 줄었다고는 해도 이런 매물은 고민할 새도 없이 금방 소진되는 편"이라고 말합니다. 때문에 전용84㎡ 전셋값은 입주가 시작됐는데도 두 달 전보다 1~2억 원 높게 형성돼 있다고 합니다.
수요자가 많은 편이 아니라는데 왜 대단지 입주장에서 전세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하루 앞으로 다가온 2024년의 서울아파트 입주물량에 힌트가 있습니다. 부동산R114가 지금까지 입주 예정일이 잡힌 단지의 세대수를 조사한 결과 24년 서울의 입주물량은 11,107세대에 불과합니다. 아파트실거래가(아실) 앱을 보면 통계가 집계된 1990년 이후 이보다 낮은 물량은 당연히 한 번도 없었고, 다음으로 최저였던 1990년도 18,306세대로 24년과 차이가 있습니다. 후분양 아파트 일부가 추가된다고 해도 큰 차이가 없을 분위기입니다.
↑ 1990년 이후 서울아파트 연간 입주물량, 24년이 최저임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 : 아파트실거래가(아실) 앱 |
물량이 있는 지역은 어디인지 살펴봤습니다. 강동구가 4,023세대로 가장 많고, 이어 송파 1,920세대, 강남 1,080세대, 강북 1,045세대 순입니다. 서울에 총 25개 자치구가 있는데, 입주가 있는 자치구는 12곳에 불과합니다. 절반도 안 됩니다. 입주가 있는 자치구도 위에 언급된 4곳을 제외하면 채 1천 가구가 되지 않습니다. 이렇다보니 6,702세대 개포 신축아파트가 입주에 들어가도 전세가격에 동요가 없는 겁니다.
다음으론 서울을 생활권 기준인 5개 권역으로 나눠서 살펴봤습니다. 동남권(서초, 강남, 송파, 강동) 7,023세대로 전체의 3분의 2 이상 몰려 있고, 서남권(양천, 강서, 금천, 구로, 관악, 동작, 영등포) 1,693세대, 동북권(성동, 동대문, 성북, 강북, 도봉, 노원, 중랑, 광진) 1,639세대, 서북권(은평, 서대문, 마포) 752세대입니다. 도심권(중, 종로, 용산)은 한 곳도 없습니다.
24년 입주물량이 그래도 7천 세대가 넘는 동남권에서 개포 대단지아파트가 입주 중임에도 전세가격이 이럴진데, 입주물량이 2천 세대도 안 되는 다른 권역들은 어떻게 될까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으로 시장금리도 내려갈 조짐을 보이는데, 전세가격 벌써부터 걱정이 앞섭니다. 전세가격이 뛰면 갭을 활용한 매수가 늘어 주택가격을 다시 자극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1만 2,032세대 대한민국 최대 단지가 될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
[ 김경기 기자 goldgame@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