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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신간 소개 『TMI: 정보가 너무 많아서』 & 『멸망한 세계에서 우리가 나비를 쫓는 이유』

기사입력 2023-12-28 17:40

“한국적인 작명으로 책 제목이 달렸지만, ‘TMI’(Too much information)는 많은 현대인들의 고민을 상징하는 말이다. 베스트셀러 『넛지』의 공저자인 캐롤 R. 선스타인은 이 책에서 과다한 정보가 사람들을 오히려 불행하게 만드는 현실을 고발한다.”
팝콘의 칼로리까진 알고 싶지 않아
『TMI: 정보가 너무 많아서』
『TMI: 정보가 너무 많아서』 캐롤 R. 선스타인 지음 /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펴냄
↑ 『TMI: 정보가 너무 많아서』 캐롤 R. 선스타인 지음 /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저자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서 정보 공개 업무를 맡았던 경험이 있다.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2009~2012년 규제 정보국 국장으로 일하며 식품의 칼로리와 영양소, 신용카드, 주택담보대출 등에 대해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규제 감독 업무를 지원했다. 정보가 공개될 때 사회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작정 늘어나기만 하는 건 아니었다. 일련의 경험을 통해서 저자는 ‘모르는 것이 축복’임을 알게 됐다.
적절한 정보의 양과 TMI 사이에는 경계를 나누는 것이 쉽지 않다. 영화관에 들어가면서 구매한 커다란 팝콘 한 통에 얼마나 많은 칼로리가 들었는지 우리가 굳이 알 필요가 있을까? 자신이 특정한 병에 취약한 유전적 소인을 가졌는지는? 파리에 있지도 않은데 다음 주 파리 날씨를 안다고 해서 우리에게 유용할까?
정책 입안자들은 ‘알 권리’를 강조하지만 선스타인은 다른 관점에서 인간의 복지 그 자체에, 그리고 어떤 정보가 인간의 복지에 기여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일반적인 알 권리 때문이 아니라 문제의 정보가 사람들의 삶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때 기업, 고용주, 병원 등에 정보 공개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스타인은 경고 문구와 의무 표시에 들어 있는 정보가 혼란스럽거나 무관해서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사람들은 정보가 자신을 우울하게 만들 거라고 생각되는 경우에 정보를 회피한다. 반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 거라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정보를 추구한다. 우리가 정보를 회피하거나 추구하는 데는 커다란 비균질성이 존재한다. 우리 중 누군가는 팝콘의 칼로리 수치를 알고 싶어 하는 반면에, 누군가는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물론 도로의 정지 표지판이나 처방 약에 표시되는 경고 문구, 결제 기한 알림 등은 없는 것보다 있는 편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고 선스타인은 말한다.
저자는 정보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정서적인 영향도 연구했다. SNS와 관련한 연구에 따르면 2018년 진행된 일련의 연구에 따르면 페이스북을 끊으면 일상의 행복도가 올라가지만 사람들은 필요하다면 경제적 대가를 지불하면서도 페이스북 사용을 지속하려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익한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TMI의 시대에 ‘주의력 도둑’에게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아는 것은 힘이라는 말. 이제는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됐다.
지하 벙커에서 사는 인류의 희망, 나비
『멸망한 세계에서 우리가 나비를 쫓는 이유』
『멸망한 세계에서 우리가 나비를 쫓는 이유』 조나단 케이스 지음 / 조은영 옮김 / 원더박스 펴냄
↑ 『멸망한 세계에서 우리가 나비를 쫓는 이유』 조나단 케이스 지음 / 조은영 옮김 / 원더박스 펴냄
조나단 케이스는 재난 상황에서 인간의 삶을 그린 SF 그래픽노블 작가로, 만화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아이즈너상을 수상했다. 몰입감 있는 이야기 전개, 탄탄한 과학적 근거, 그림 한 컷, 대사 한 줄 허투루 쓰지 않은 치밀한 구성이 돋보인다.
2049년, 태양의 대격변이 시작되었다. 이 때문에 지하 9m보다 위에 있는 포유류는 달라진 태양의 복사선을 견디지 못하고 몇 시간 안에 죽는다. 극소수의 생존자만이 지하 벙커에서 살아가는 암울한 미래 세계가 펼쳐진다. 이곳에서 제왕나비는 소중하다. 한때 수백만 마리가 캐나다 남부에서 멕시코까지 머나먼 길을 계절에 맞춰 이동했지만, 이제는 그때의 100분의 1도 남지 않아 멸종 위기에 처한 실제 곤충의 이야기가 픽션에서 중요하게 다뤄진다.
주인공 플로라와 엘비는 약탈자들의 습격으로 가족을 잃은 뒤로 단둘이 살아가고 있다. 제왕나비약만 있어도 생활을 이어갈 수 있지만, 플로라는 밤잠을 설쳐 가며 인류를 비극에서 구해낼 백신 개발에 몰두한다. 열 살 밖에 되지 않은 엘비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어린 시토를 데리고 탈출하고, 파상풍으로 목숨이 위태로운 플로라를 구하기 위해 태풍이 치는 밤 홀로 카약을 타고 바다를 건너, 어쩌면 약탈자가 있을지도 모르는 다른 벙커로 향한다. 무엇 하나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인간다움이라는 끈을 놓지 않고, 백신이라는 희망을 실현할 멕시코의 제왕나비 숲으로, 엘비의 엄마 아빠가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 그곳으로 여행을 이어간다.
지금 우리가 이 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인류가 멸종으로 몰고 가는 제왕나비가 인류 생존의 결정적 열쇠가 된다는 아이러니한

설정을 통해, 생명 다양성이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인류를 위해서도 지켜져야 한다는 간절한 바람을 전한다.
[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11호(24.1.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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