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에 발생한 화재로 두 명이 숨지는 참극이 빚어져 가슴이 먹먹하기만 합니다.
다급한 순간이지만 또다른 선택을 했다면 귀중한 목숨을 구할 방법은 없었던 걸까요?
사회정책부 김민수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1 】
사망자 가운데 어린 아이들을 안고 뛰어내린 아버지가 있었다고 하죠?
【 기자 】
화재가 난 3층의 윗집이었습니다,
4층에 살던 30대 부부가 어린 자녀를 안고 뛰어내린 건데요.
남편 박 모 씨는 7개월 된 딸을 안고 뛰어내렸다가 안타깝게 사망했고요.
아내 정 모 씨는 두 살배기 딸을 당시 현장에 있던 경비원이 준비한 포대에 던져놓고, 자신도 뛰어내렸습니다.
정 씨는 어깨를 크게 다쳤지만 목숨은 건질 수 있었습니다.
▶ 인터뷰 : 장정애 / 서울 도봉소방서 재난관리과장
- "4층 분들이 대피하려고 밖으로 뛰어내리셨는데 그게 추락이 되시면서 사망한 걸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두 아이는 연기도 마신데다 저체온증도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생명엔 지장이 없습니다.
화재가 난 3층 집에서도 70대 남녀가 뛰어내려 다치긴 했지만 마찬가지로 생명에 지장은 없습니다.
【 질문2 】
뛰어내려야 했을 만큼 급박한 상황이었나요?
【 기자 】
화재 당시 영상을 보시면 불길이 위층으로 타고 올라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곧이어 자욱한 연기도 올라가는데요.
박 씨 가족은 불이 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불이났다는 걸 알았다면 안전한 장소로 대피할 시간을 벌었을텐데, 다른 입주민들의 증언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최관식 / 아파트 주민 가족
- "겁나서 나가지는 못하고 현관문 쪽으로. 연기만 자욱하게 들어오니까 안방에 꽁꽁 문 닫고 숨어 있던 거지."
▶ 인터뷰 : 아파트 주민
- "사람들 비명소리가 나서 뒷베란다를 열어봤거든요. 그랬더니 연기가 확 올라오더라고요. 대피하려고 나가려는 순간 연기가 너무 많아서 저흰 앞 베란다로 대피…."
종합해 보면 4층까지 화마가 순식간에 덮친 나머지 박 씨 부부로서는 패닉상태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창문으로 뛰어내려야겠다는 판단을 곧바로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소방당국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봐야겠습니다.
【 질문3 】
소방 발표를 보면 큰불은 1시간 40분 만에 잡혔단 말이에요. 이렇게 피해가 컸던 이유는 뭔가요?
【 기자 】
소방 발표에 따르면 사망자 2명에 중상자 3명, 연기흡입 등 경상자 27명으로 32명의 인명피해가 났습니다.
워낙 순식간에 연기가 23층 건물의 17층까지 덮치면서 피해가 컸는데요.
10층 거주자인 30대가 11층 계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는데, 불을 피해 위로 대피하다 연기를 마셔 숨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화재가 성탄절 연휴인데다 새벽 5시였던 만큼 대피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실제로 주민들은 정신없이 대피해다가 신발도 못 신고 잠옷 차림에 겉옷도 제대로 못 입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2001년에 준공된 아파트라서 당시 소방법엔 16층 이상에만 스프링클러 설치를 규정했던 점도 뼈아픈 대목입니다.
【 질문4 】
이번 화재를 보면 계단으로 대피를 하다 연기를 마셔 쓰러진 경우도 있거든요.
이렇게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그럼 대피는 어떻게 하는게 좋습니까?
【 기자 】
화재가 난 아파트는 23층이고 지금은 겨울철입니다.
이때 주의하셔야 할 게 '굴뚝효과'인데요.
건물 바깥의 찬 공기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건물 내부로 들어와서 솟구치는 현상을 말합니다.
평소라면 상관없겠지만 화재가 나면 이쪽으로 화재와 연기가 번집니다.
주로 중앙계단이 통로가 되고, 아파트가 고층일 수록 더 굴뚝효과가 커집니다.
따라서 고층 빌딩에 살고 계실 경우 화재를 빨리 알아차린 분들은 비상계단을 이용해서 아파트 바깥으로 즉시 탈출하셔야 하고요.
만약에 좀 늦었다, 이렇게 생각되시면 그 때는 비상 계단으로 나오지 마시고요.
집 안으로 연기가 들어올 만한 구멍을 가능한한 모두 막고 적극적으로 구조를 요청해야합니다.
【 앵커멘트 】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사회정책부 김민수 기자였습니다.
[ smiledream@mk.co.kr ]
영상취재 : 김민호 기자
영상편집 : 김경준
그 래 픽 : 전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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