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터 트럭처럼 운전석 앞에 보닛이 없는 소형화물차는 사고가 나면 사망률이 무려 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금 돌아다니는 국내 화물차 10대 중 6대가 이런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생계형 차량이 대부분이어서 당장 안전기준을 강화하거나 다른 차로 바꾸기도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김태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좌회전하던 승용차가 직진하는 1톤 화물차와 충돌하자 트럭은 운전석 문이 완전히 찌그러지고 유리창까지 깨집니다.
보닛이 완충 역할을 한 승용차 운전자는 가벼운 부상을 입었지만, 화물차 운전자는 중상을 입고 두 달 넘게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승용차와 충돌한 또 다른 1톤 트럭은 파편이 크게 튈 정도로 충격을 받거나,
작은 접촉사고에도 차체 하단부가 쩍하고 갈라질 정도로 직접적인 충격을 받았습니다.
모두 엔진룸이 운전석 앞이 아니라 밑에 있는 '캡오버형' 화물차들입니다.
사고가 나면 승용차보다 중상을 입을 확률이 3배가량 높고, 사망자 수도 5배 많습니다.
정차한 트럭에 시속 30km로 달리는 물체를 충돌시키는 실험에서도 굉음과 함께 탑승자 하체가 큰 충격을 받는 모습이 보입니다.
▶ 스탠딩 : 김태형 / 기자
- "비교적 저속으로 다가온 실험 차량에 부딪힌 건데도 운전석 내부가 눈에 띌 정도로 변형됐습니다. 엔진룸이 운전석 바로 아래에 있다 보니 충격을 앞에서 그대로 흡수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위험한데도 지금 도로를 달리는 화물차 10대 중 6대가 캡오버형으로 대부분 생계형 차량들입니다.
정부가 지난해 2월 소형화물차 안전기준을 대폭 강화했지만, 당장 적용하지 않고 5년간 유예를 뒀습니다.
▶ 인터뷰 : 박원필 /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 "안전성 평가기준이 강화돼 올해부터 시행 중에 있지만, 기존 차량은 최대 2027년까지 적용이 유예된 만큼 안전에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 인터뷰 : 트럭 운전자
- "아무래도 위험성은 있죠. 내가 조심해야지 뭘…."
유럽에서는 내년부터 현재 판매 중인 트럭에 강화된 안전기준을 적용하기로 했지만, 국내에서는 오늘도 목숨을 건 운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MBN뉴스 김태형입니다. [ flash@mbn.co.kr ]
영상취재 : 문진웅 기자
영상편집 : 이우주
영상제공 : 삼성화재
그래픽 : 임주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