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이 단둘이 3차 제안, 갔더니 몸매 평가"

직장갑질119 제보 1,703건 분석…회식 참여 관련 48건

↑ 회식 자료화면 / 사진 = MBN

"회식 자리에서 부장은 제 외모와 몸매를 평가했고, 굉장한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직장에서 상급자가 회식을 강요하고, 불참 시 인사 불이익을 주겠다는 등의 '회식 갑질' 사례가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올해 1월부터 12월12일까지 자우편으로 받은 1,703건 제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회식 참여 관련 제보가 48건 접수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중 회식 강요는 30건(62.5%), 회식 배제는 18건(37.5%)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회식 강요 사례는 모두 상급자가 수직적 위계관계를 이용해 회식 자리에 강제 참석하게 한 경우였는데, 제보자들은 '회식 참여 여부가 업무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상의 협박까지 받았다고 직장갑질119는 전했습니다.

한 제보자는 "부서에서 회식비 명목으로 매달 몇만 원씩 걷는다"며 "나는 몇 년 전부터 회식에 불참하고 회식비도 내지 않는데, 얼마 전 부서장이 이를 언급하면서 타 부서로 전출시킬 수밖에 없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성 직장인들이 회식 자리에서 성희롱을 당했다는 제보도 잇따랐습니다.

제보자는 "부장이 2차 회식이 끝난 뒤 제게 단둘이 3차 회식을 가자고 제안했다"며 "다른 직원과 함께 가자고 했지만, 무조건 단둘이 가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갔다. 그 자리에서 부장은 제 외모와 몸매를 평가했고, 굉장한 수치심을 느꼈다"고 전했습니다.

회식 참여를 강요하는 것이 아닌 회식에서 일방적으로 제외시키는 유형의 갑질 제보도 들어왔습니다.

한 제보자는 "저를 괴롭히는 상급자가 어느 날 아침 제게 와서는 '앞으로 회식에 나오지 말라'고 했다"면서 "제가 이미 예정된 일정이 있다고 말하자 '그 일정도 오지 말라'고 했다"고 했습니다.

이상운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회식을 강요하거나, 회식에서 일방적으로 배제하는 모든 행위는 그 자체로도 이미 분명한 직장 내 괴롭힘이다"며 "회식을 통해서만 소통과 단합이 가능하다는 고리타분한 관점, 술과 저녁 회식을 당연시 하는 낡은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