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일의 휴가>는 하늘에서 3일간 딸의 옆으로 휴가를 온 엄마 ‘복자’와 교수 일을 그만둔 뒤 엄마의 레시피로 시골 집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 ‘진주’의 이야기를 다룬 힐링 판타지 영화다.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사진 ㈜쇼박스) |
2019년 신하균·이광수 주연의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를 선보이며 호평받았던 육상효 감독의 ‘가족’을 향한 따스한 시선이 이번 영화에도 담겨 있다. <7번방의 선물>(각색), <82년생 김지영>(각본)부터 드라마 <신성한, 이혼>에 이르기까지 특유의 휴먼 드라마를 선보인 유영아 작가가 각본을 맡았다.
대한민국 영화·드라마 속 엄마 역할로 다채로운 색깔의 모성애를 보여준 40여 년 관록의 김해숙이 이번 작품을 통해 신민아와 모녀로 처음 호흡을 맞춘다. 세파에 시달리며 만들어진 회한 가득한 눈빛을 김해숙만큼 잘 연기해낼 사람이 있을까.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지만, 장성한 자식에게 연락 한 번 하기가 힘든 우리네 많은 엄마들 모습 그대로다.
↑ (사진 ㈜쇼박스) |
특히 복자의 오랜 친구인 ‘춘분’ 역의 차미경이 눈에 띈다. 복자의 과거를 진주에게 들려주는 극중 전달자로 분해 자연스러운 사투리와 함께 깊은 내공을 보여준다. 춘분의 다정다감한 아들 ‘용식’ 역 박명훈, ‘젊은 복자’ 역으로 출연한 배우 배해선 등 충무로에서 맹활약하는 배우들도 안정감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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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집에 내려와 음식을 해먹으며 힐링하는 장면들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떠올리게 하지만 <3일의 휴가>에서는 ‘음식’ 자체보다는 모녀의 ‘기억’에 집중한다. 무를 만두소에 넣어 단맛을 곁들인 만두, 갓 만들어 김이 피어오르는 수제 두부, 한 솥 가득 끓여 낸 잔치국수 등 음식 또한 조리 과정까지 기교나 컬러감을 살리기보다 엄마 ‘복자’의 레시피를 떠올리며 추억의 맛을 찾아가는 과정에 중점을 둔 듯 보인다. 육상효 감독이 “이 영화는 부모님 전화 안 받는 자식들, 그들을 위한 영화다”라고 밝힌 만큼, 영화를 보고 나면 소원했던 부모님께 전화를 하고 싶어진다. 러닝타임 1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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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8호(23.12.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