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단지. 사진: 연합뉴스 |
올 가을에는 건강을 위해 다시 산에 가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또 이루지 못했습니다. 핑계겠지만 가을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를 정도로 너무 짧게 지나갔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매도 청약도 들썩이더니 갑자기 한겨울이 찾아왔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11월 27일 기준으로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전국 매매가격은 한 주 전보다 0.0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6월 셋째 주부터 지속된 상승세가 23주 만에 꺾인 것입이다. 수도권도 –0.01%로 26주 만에 하락 전환했고, 반등을 주도했던 서울도 마찬가지입니다. 주간 변동률이 0.03%에서 0.00%로 낮아지면서 28주 만에 상승세가 멈췄습니다. 급매물 위주로 간혹 매수 문의가 들어오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사겠다는 사람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게 중개업소들이 전하는 현장 분위기입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계약일 기준으로 올라온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도 8월 3,858건까지 높아졌지만, 10월 2,312건, 11월 1,157건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계약 체결 후 한 달 안에만 신고하면 되는 점을 감안해도 수치 감소폭이 눈에 띕니다.
↑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 가격 변동률 |
작년말과 올초 언제 급락했나 싶을 정도로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더니 몇 달 가지 못 해 뚝 끊긴 이유는 뭘까요? 역시 길어지고 있는 고금리와 고물가입니다. 기준금리 인상이 멈췄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대출이자 부담은 여전합니다. 그런데 생활필수품 물가는 이런저런 이유로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모처럼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싶은데, 이런 상황에서 넓은 집으로 갈아탄다? 언감생심인 겁니다. 게다가 눈여겨 보던 아파트 올초에 어디까지 가격이 내려갔는지 알고 있는데, 다시 뛴 집값을 보니 눈길이 가지 않습니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이제 하락으로 전환됐을 뿐인데, 대세 하락이다 아니다 논쟁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옵니다.
뚝 끊긴 매수세는 본격 하락장이 다시 시작됐음을 알리는 것일까요? 아니면 조정의 움직임으로 봐야 할까요? 현 주택 시장에는 가격에 부정적인 요소와 긍정 요소가 혼재하고 있습니다. 일단 고금리 요소는 여전히 강력한 부정적 요소입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인하되더라도 점진적일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입니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크게 체감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거죠. 반도체가 회복 조짐을 보인다고는 하지만 소비 침체로 자영업자들의 속은 타들어가는 등 전반적인 경제사정은 좋지 않습니다.
변수는 있습니다. 전세입니다. 서울의 경우 개포동에서 6,700가구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에 들어갔는데도 전세가격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습니다. 내년 말 전후로 예정된 둔준주공 재건축을 제외하면 서울아파트 입주 물량도 역대 최저입니다. 전세가격 불안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통상 전세가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매매가격을 끌어올리는 흐름을 보여 왔습니다. 시장 금리
[ 김경기 기자 goldgame@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