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발생한 수원 아파트 화재 (연합뉴스, 경기소방재난본부) |
2023년 3월.
저녁 시간, 경기도 수원의 15층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1층에서 난 불로 연기는 빠른 속도로 계단을 따라 위로 향했습니다. 계단에는 화재에 놀라 대피하는 주민들이 있었습니다. 10층에 살던 60대 남성 A씨는 대피 장소가 있는 옥상을 향해 위로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A씨는 끝내 옥상에 가지 못하고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2020년 12월.
경기도 군포의 아파트 12층에서 불이 났습니다. 불길은 빠르게 번졌고 베란다를 뚫고 위층으로 향했습니다. 같은 아파트에 살던 30대 여성 B씨와 50대 여성 C씨는 불이 나자 옥상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옥상 계단참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 아파트 화재 인명피해 통계 (소방청) |
아파트에서 불이 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분이 바로 대피해야 한다고 말할 겁니다. 어렸을 때부터 '건물에 불이 나면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이용해 신속하게 대피하라' 이렇게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파트에서 불이 났을 때 주민들이 대피하는 도중에 숨지거나 다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아파트 화재로 숨지거나 다친 사람은 총 1,040명입니다. 이 가운데 39%가 '대피 중'에 죽거나 다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사망자만 놓고 보면 아파트 화재로 숨진 195명 가운데 25%인 49명이 대피하다 숨졌습니다.
통계를 보니 이런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정말로 대피하는 게 맞아?
↑ 새로운 아파트 화재 대피 방법 (소방청) |
'대피 중' 인명피해를 줄이려고 소방당국이 이번에 새로운 '아파트 화재 피난법'을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불이 났을 때는 장소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대피하도록 안내했는데 이 원칙을 바꾼 겁니다. 새로운 대피법의 핵심은 '대피하기 전에 상황 분석하기' 입니다. 당장 대피가 필요한지 아니면 안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게 더 좋은 상황인지 판단하라는 겁니다.
① 내 집에서 불이 났을 때
내 집에서 불이 났다면 먼저 현관을 바라봐야 합니다. 현관으로 대피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바로 현관을 통해 집을 빠져나와 옥상이나 밖으로 대피합니다.
만약 현관 앞에 불길이 거세 대피할 수 없을 땐 대피공간으로 가서 연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젖은 수건 등으로 문틈을 막고 구조를 기다려야 합니다. 만약 베란다에 옆집과 연결된 경량 칸막이가 있다면 이것을 부수고 다른 세대로 넘어가 대피해야 합니다.
② 내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불이 났을 때
아파트의 경우 불이 난 곳과 거리가 떨어져 있다면 영향을 안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불이 났다고 무조건 대피하지 말고 불이 우리 집에 영향을 미칠지 따져야 합니다. 문이 열기와 연기를 막아주는 집 안과 달리 복도나 계단은 연기와 화염에 무방비이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는 게 오히려 더 위험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소방당국은 집으로 화염이나 연기가 들어올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불이 났다면 자기 집에서 불이 났을 때처럼 대피하라고 권고합니다. 집 안으로 연기가 들어오거나 화염이 보인다면 옥상이나 외부로 대피하거나 경량 칸막이를 통해 다른 세대로 이동해 대피해야 합니다.
만약 연기나 화염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문과 창문을 꽉 닫고 집 안에서 구조를 기다려야 합니다. 실제로 집 안에서 기다렸다면 생존할 수 있었는데 대피하다 숨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다만, 집안으로 연기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대피를 시작해야 합니다.
↑ 아파트에 설치된 경량 칸막이 (연합뉴스) |
영화관에서 영화가 시작하기 전 대피로를 알려주는 안내 영상, 한 번씩 보셨을 겁니다. 아파트에 살고 있다면 영화관에서 보았던 것처럼 우리 가족의 대피로를 미리 만들어야 합니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불이 났을 때 당황하게 되고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 집에서 옥상으로 대피하는 게 좋은지 아니면 밖으로 나가는 게 좋은지 따져보고 대피로를 그려봅니다. 또 경량 칸막이가 있는 아파트라면 경량 칸막이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주변에 물건을 치워둬야
불이 자주 나는 겨울이 시작됐습니다. 이번 주말엔 가족들이 모여 함께 모여 우리 집 대피계획을 세워보는 건 어떨까요?
[ 강세현 기자 / accent@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