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탈락의 이면에는 사우디의 막강한 오일머니와 1국가 1표라는 투표 방식이 있습니다.
특히 아프리카나 태평양의 조그만 나라들은 사우디의 대규모 물량 공세에 표심을 넘겨준 게 아니냐는 우려가 처음부터 컸습니다.
장덕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키리바시.
인구는 11만여 명으로 자원이 없다보니 외부 원조나 관광에 의존합니다.
국제박람회기구 182개 회원국 가운데 아프리카 국가는 49개국, 태평양 도서국은 13개국, 카리브공동체는 14개국이나 됩니다.
전체 회원국의 2/3가 개발도상국입니다.
투표에서는 인구 10억 명이 넘는 인도나 중국, 선진국인 미국, 유럽국가와 똑같이 모두 1표씩 행사합니다.
따라서 이들 국가의 표심을 얻는 게 최대 관건입니다.
아쉽게도 우리 돈 10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가 이들 국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도 정상회의까지 개최하며 경제 성장의 노하우와 한국 기업들의 투자 약속을 무기로 맞춤형 전략을 썼지만, 당장 외국 자본 유치가 시급한 국가들의 표심을 얻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만, 이처럼 1국가 1표 방식이 유지된다면 모든 국제행사는 민주주의나 인권과 같은 보편적 가치보다는 돈을 앞세운 국가가 언제나 개최 국가가 될 수 밖에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큽니다.
▶ 인터뷰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 "사우디가 워낙 개발도상국을 파고들면서 물량 공세를 통해 표를 확보한다는, 어딘가 매표 같은 그런 느낌이 있어서…."
총성 없는 외교 전쟁을 벌였던 이번 유치전은 자본 앞에서 승부가 갈렸다는 아쉬움과 제도 개선의 여지를 남긴 채 막을 내렸습니다.
MBN뉴스 장덕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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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정재성 기자 전범수 기자 이동학 기자
영상편집: 오광환
그래픽 : 김규민
화면출처 : United Nations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