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후속보도 이어가겠습니다.
은행들이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불완전판매 논란이 일자, 은행들은 판매 과정이 담긴 녹음 증거가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MBN이 2년 전 은행들이 홍콩 ELS를 팔 당시 판매 과정을 녹음한 내용을 입수해 분석했더니, 상품 설명은 요식 행위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최은미 기자가 단독보도합니다.
【 기자 】
홍콩 ELS 상품 가입자가 2년 전 가입할 때 은행에서 녹음한 파일을 재생하자, 은행원도 고객도 아닌 AI가 상품에 대해 설명합니다.
▶ 인터뷰 : 2021년 6월 녹음 파일
- (AI)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금융투자 상품 판매 과정을 녹취하고 있습니다….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투자 금액의 손실 위험은 모두 투자자에게 귀속되며….
AI 설명을 다 듣고 나면 자신이 직접 모두 이해했다고 말하고, 20분가량의 녹음이 마무리됩니다.
▶ 인터뷰 : 2021년 6월 녹음 파일
- (고객) 최대 원금 전액 손실이 가능하며 해당 상품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였습니다.
▶ 인터뷰 : 2021년 4월 녹음파일
- (고객) 해당 상품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였습니다.
- (은행원) 네, 이것으로 그럼 설명 의무 이행 확인 과정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녹음파일에 '진짜' 판매과정이 빠져 있다고 주장합니다.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손실 날 일 없다", "예금이나 마찬가지다", "나도 가입했다" 그런 직원들의 육성은 모두 빠진 채 가입이 결정된 이후 과정만 담겼다는 겁니다.
게다가 모든 답변은 은행이 만들어 준 대본을 읽는 과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 인터뷰 : 2021년 6월 녹음파일
- (AI) 고객님께서 가입을 원하시는 상품명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은행원) 읽어주세요.
- (고객) els 21-743호."
▶ 인터뷰 : 2021년 4월 녹음파일
- (AI)동의하시면 동의합니다로 대답해 주십시오.
- (은행원) 동의합니다, 그러시면 돼, 동의합니다.
- (고객) 동의합니다. 됐어요?
▶ 인터뷰 : 홍콩 ELS 투자자 A씨
- "그거 듣지도 않고 그냥 대답만 네, 네, 했죠. 그냥 형식적으로 의무사항으로 듣나 보다, 그거 하나보다 해서 그러고 온 것밖에 없어요."
AI 설명을 2배속으로 틀어놓거나, 설명 중 전화를 받고 유튜브를 보기도 했다는 설명입니다.
▶ 인터뷰 : 홍콩 ELS 투자자 B씨
- "대본이에요, 딱 쪽지가 있어요, 아예. 정말 이걸 내가 내 입으로 이거 손실 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으면 진짜 가입 안 했죠. 손실에 대해서 한 번이라도 얘기했으면 안 했을 거예요, 그 사람 입에서. 녹음은 형식이라고 얘기하니까 그냥 진짜 바보같이 부르는 대로 따라서 대답하고 대답하고 했던 거지."
불완전 판매를 막으려고 고위험 상품의 가입 과정은 모두 녹음하도록 의무화됐지만, 정작 은행에 불리한 내용은 빠진 채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했다는 지적입니다.
MBN뉴스 최은미입니다. [ cem@mbn.co.kr ]
영상취재 : 임채웅 기자
영상편집 : 이주호
그래픽 : 김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