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가 활발하게 이뤄진 1990년을 기점으로 국제결혼이 늘어나면서 한국은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국적과 언어, 그리고 문화 차이를 극복하고 온전한 가정을 이루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국제결혼 가정은 국내 가정보다 이혼율도 높습니다.
하지만 화목하게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는 국제결혼 부부는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기도 합니다. 돌나라 한농복구회 브라질 농장에 근무하고 있는 유찬학 씨(62세)와 이연분(중국 교포 54세)씨가 좋은 예입니다. 이 부부는 결혼 12년 차로 오늘도 행복을 일구고 있습니다.
↑ 유찬학, 이연분 부부 |
남편 유찬학 씨는 결혼을 해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고 밝혔습니다.
"내 나이 8살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할머니 손에서 자랐어요. 그래서 부모님의 사랑을 잘 모르고 컸고, 그런 환경에서 성격은 온순하지 않으면서 성질을 잘 냈어요. 그러다가 결혼했으나 이혼하고 홀로 살고 있었는데, 중국에 사는 교포 지인으로부터 지금의 아내를 소개받았어요. 국제결혼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때 내 마음은 그저 나 하나 밥만 해 주고 살림만 잘해주면 된다고 생각했고 큰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막상 결혼을 해보니 아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해주는 거예요. 난 가진 것이 없고, 잘난 것이 없는데 시집와 주고 내 성격 다 맞춰 주면서 지금까지 잘 살아준 아내가 고마울 뿐입니다."
이연분 씨에게도 국제결혼은 쉽지 않은, 매우 큰 선택이었습니다.
"조선족이라 말이 통한다고 해도 문화의 차이 때문에 국제결혼이 내게는 큰 모험이었어요. 어느 날, 지인이 한국 사람을 소개해 줬어요. 한번 만나보라고요. 그래서 그 사람이 중국으로 와서 선을 보게 됐지요. 그런데 첫 만남부터 깜짝 놀랐어요. 지인들하고 같이 있는 자리에서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큰 소리로 성질내는 거예요. '뭐야? 이 사람' 기분 되게 나빴죠. 그래서 '이건 아니다' 싶어 일어나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래도 다음날 다시 만나게 됐는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잘해주는 거예요. 한 달을 머물면서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갖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그 사람이 되게 단순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자라온 환경이 그의 성격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어요. 결정적으로 마음이 움직였던 건 산을 좋아하고 시골에서 농사지으면서 살 것이라는 소박한 마음이었어요. 전 상대의 재산이나 외모, 학벌이나 어떤 조건 같은 건 생각하지 않았고 마음만 봤어요. 욱 하는 성질이 있어서 그렇지 사람은 단순하고 순수하더라고요. 앞에서 잘 보이려고 하는 가식 같은 것이 없고 자기의 성격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거예요. 그래서 결정하고 결혼하게 됐지요."
남편의 성격 때문에 처음에는 물론 힘들기도 했다고 이연분 씨는 털어놨습니다.
"성격 때문에 여러 번 싸웠지요. 예를 들어 무슨 짐을 옮기는데 난 당연히 내가 할 일이라 생각하고 옮기는데 그 자리에서 성질을 내는 거예요. 왜 그렇게 무거운 걸 드느냐는 것이었죠. 성질을 내지 않고 좋게 말해도 되는 일에 성질을 내요. 처음에는 그런 행동들을 이해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그게 잦으니까 힘들더라고요. 말로 해도 소용이 없었어요. 좀 잘하자고 하면 더 난리 나요. 안 되더라고요. 그렇다고 이혼할 생각은 없었어요. 이왕 결혼한 거 끝까지 가보자고 마음먹었는데 매우 힘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다 극복한 거 같아요."
이연분 씨는 좋은 말을 듣고 극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돌나라한농을 설립한 석선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시는 거예요. 어떤 아내가 괴팍한 성격의 남편 때문에 고통 받았는데 하루는 아내가 지각이 들어 남편이 변화되길 바라기 전에 내가 먼저 변화돼야겠다고 마음먹고 더 잘해줬더니 남편의 괴팍한 성격이 확 변화되더라는 거예요. 그 말씀을 마음으로 받고 나도 함부로 말하지 않고 참고 참으며 더 잘해줬어요. 진짜 우리 남편도 변하더라고요. 지금은 결혼 잘했다고 생각해요. 화려하지는 않지만 순박하고 수수한 평범함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지금의 삶에 아주 만족해요. 시골에서 이렇게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이 좋아요. 자연 속에 있으면 마음이 순수해지고 착해져요."
↑ 유찬학, 이연분 부부 |
유찬학 씨도 아내 자랑에 나서며 사랑하는 마음을 나타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성질을 낼 때가 많았어요. 괜히 소리 지르는 거죠. 나도 모르게. 근데 그걸 다 받아줘요. 지금은 알아요. 내가 소리 지르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을요. 그러니 고쳐지더라고요. 지금까지 나랑 살아주는 것만도 너무 감사한데 내 비위를 다 맞추고 잘 살아주니 맨날 업어주고 싶어요. 나는 괴팍한 사람인데 어떻게든지 잘해주려고 애쓰는 것을 보면 늘 고마워요. 이곳 돌나라 브라질 농장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가 있는데 요즘은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내가 말수가 줄어들고 얼굴이 많이 편해졌다고요. 까칠하던 성격도 많이 좋아졌다고 해요. 근데 그 동생도 나를 좋게 좋게 대해주니 나도 좋게 좋게 대해주게 되더라고요. 서로가 서로서로 좋게 좋게 변화되게 만드는 거 같아요. 여보! 나랑 살아줘서 고마워요!"
유찬학 씨는 흙냄새 맡으며 농사 짓는 즐거움도 전했습니다.
"난 농사짓는 게 최고 좋아요. 난 원래 도시보다 시골을 좋아했어요. 어려서부터 속상할 때는 산으로 올라갔어요. 산에 가면 푸근해지거든요. 산은 내 속상한 마음을 다 받아줘요. 그래서 결혼하고 이렇게 시골에 살아요. 농사짓다 보면 내 몸도 단련되고 여러 사람의 먹거리를 대 준다는 것이 행복해요. 풀냄새, 흙냄새, 각종 채소 냄새… 이런 것이 참 좋아요. 그래서 지금 마을 공동 농사 부서에서 일하는데 일을 시작하는 시간보다 난 좀 더 일찍 가요. 내가 조금 더 일하면 같이 일하는 그 동생이 조금이라도 편할 거로 생각하니까요. 좀 더 일찍 보내주고 싶고, 좀 더 아껴주고 싶고 그래요. 난 아픈 데가 없고 아주 건강하거든요. 내가 좀 더 일하면 마음이 즐거워요. 다른 사람 조금이라도 쉬게 해 줄 수 있으면 좋은 거죠. 우리만 먹자고 농사짓는다면 뭔 재미겠어요? 부지런하게 일해서 수확한 것을 같이 나눠 먹는다는 것이 정말 행복해요."
이연분 씨도 남편 자랑에 나서며 장점을 얘기해줬습니다.
"남편은 한국인으로 우월하다고 날 무시하지 않아요. 중국 교포를 아주 무시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 왔는데 성격이 욱해서 그렇지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깎아내리는 언행을 하지는 않아요. 난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만족해요. 또한 우리 가정이 행복해지기를 많은 사람이 축복해 주고 격려해 주었어요. 정말 감사하죠. 이제 결혼한 지 12년 됐어요. 여전히 부
돌나라는 경천애인(敬天愛人) 사상을 기초로 국적과 인종과 계급에 차별 없이 모든 인류를 한 가족이 되게 하라고 강조합니다. 따라서 돌나라에는 다문화 가정이 많고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없다고 농장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