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킹닷컴 “2024 트렌드는 ‘여행의 귀환’”
명품 브랜드 매출 하락...여행으로 해소
물이 있는 서늘한 장소, ‘미식 휴가’ 인기
세계적 숙박 플랫폼 부킹닷컴의 지역 매니저 라이언 퍼슨은 2024년 트렌드를 압축하는 발언을 했다. 바로 ‘여행의 귀환’. 2024년의 강력한 트렌드 중 하나는 분명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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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트렌드는 ‘여행의 귀환’으로 압축된다. |
명품 소비를 대신한 여행의 시작
많은 분야에서 작년 대비 성장률이 하락했다고들 한다. 특히 내가 종사하는 패션 산업 군에서는 그런 이야기들이 더 많이 들려온다. 지난 3년간의 팬데믹 동안,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럭셔리 패션 및 액세서리 산업은 전례 없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결혼은 했는데 신혼 여행을 가지 못하니, 애초 준비하려던 예물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그레이드의 브랜드를 선택했다. 답답한 마음에 럭셔리 제품 구입에 지갑을 많이 열었다. 골프 붐도 크게 일었다. 너도 나도 골프장으로 향했다. 비싼 골프 웨어가 불티나듯 팔렸다. 이래저래 팬데믹은 럭셔리 시장을 최고 정점으로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팬데믹이 종식됐다. 최근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죽겠다’이다. 한때 지나치게 높은, 비이상적 성장률을 기록한 명품 브랜드 담당자들의 말이다. 그러다 보니 현재는 일종의 (작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브랜드들이 대부분이다. 시장에서의 매출이 감소하니, 해외 본사에서는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일하는 입장에서 ‘죽겠다’는 곡 소리가 절로 나올 법도 하다. 답은 명쾌했다. 바로 여행의 시작이 명품 브랜드 매출 하락의 주요 원인이었다. 물론 글로벌 전체가 겪고 있는 금융 및 산업 위기가 초래한 불경기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정적 이유는 분명 여행이 다시 시작되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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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픽사베이] |
그간 사람들은 굉장히 억눌려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행이란 건 이전엔 제반 준비만 되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자유로운 어떤 것이었다. 하지만 팬데믹은 국경을 차단했다. 해외 여행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그런 게 됐다. 자그마치 3년이었다. 억눌린 욕망이 해금되자 봇물 터진 듯 너나 할 것 없이 해외 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모든 항공권이 동나고, 비싸졌다. 해외 유명 관광지의 숙소 비용도 만만치 않게 인상되었다. 그래도 모두가 떠나고 싶어한다.
‘독립형 휴가’를 통한 진정한 휴식
부킹닷컴의 지역 매니저 라이언 퍼슨은 2023년에 기반해 2024년 트렌드를 압축하는 발언을 했다. 바로 ‘여행의 귀환’! 다시 돌아온 여행 붐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문장임에 틀림없다. 그는 ‘여행의 귀환’이란 표현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생활비와 예산을 최우선으로 생각했지만, 여행자들은 ‘독립형’ 휴가를 통해 자연 속에서 진정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든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럭셔리 웰니스 휴양지든 여행의 우선순위를 계속해서 중요하게 여겨 왔다”라고 말한다. 불경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여전히 세상을 보고 싶어한다는 의미이다. 여행 붐은 어떤 트렌드 속에서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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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픽사베이] |
얼마 전, 나는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구매하기 위해 항공사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했다. 일반적으로 마일리지 항공권은 약 1년 전에 오픈되는 경우가 많다. 2024년 8월 첫 주의 여행. 그러니까 우리 세 식구의 여름 휴가를 알아볼 요량으로 항공권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깜짝 놀랐다. 대략 9월 말쯤이었는데, 벌써부터 내년 8월의 보너스 항공권은 거의 다 매진이었다. 어린 아이가 있으니 리조트형으로 알아볼까 싶어 괌, 사이판 등을 먼저 검색했다. 좌석이 없다. 태국 음식과 문화를 좋아하니 방콕과 푸켓을 검색했다. 역시 없다.
가족이 있는 호주로 가볼까? 아! 좌석은 있는 듯한데 성수기이다 보니 마일리지가 모자란다. 그럼 한국 사람들이 정말 많이 가서, ‘경기도 다낭시’라 불린다는 베트남 다낭을 알아보자 싶었다. 마침 좌석이 있었다. 일단 냉큼 예약을 걸었다. 표를 확보하고 불현듯 드는 생각. 왜 여기만 표가 있지? 8월의 다낭은 너무 뜨거워서 사람들이 가지 않나? 에라 모르겠다 싶어 일단 예약은 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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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픽사베이] |
“여행의 시작이 명품 브랜드 매출 하락의 주요 원인이다. 물론 글로벌 전체가 겪고 있는 금융 및 산업 위기가 초래한 불경기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정적 이유는 분명 여행이 다시 시작되었다는 데에 있다.”
저렴하고 고급스러운 ‘물’ 중심 여행지 인기
많은 이들이 예측하는 2024년의 여행 트렌드는 약 4가지로 압축된다. 그 첫 번째가 ‘물 중심 여행’이다. 2024년의 여행자들에게 바다와 강은 물론, 호수와 온천에 이르기까지 물과 관련된 여행지가 부각될 것이라고 한다. 많은 이들이 여행을 추진함에 있어 이 요소는 전통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다. 어떤 이는 호텔을 찾을 때 수영장부터 검색하는 경우가 많다. 또 어떤 이는 얼마나 쾌적하고 한적한 해변인지를 본다. 또 누군가는 여행의 피로를 싹 가시게 해줄 온천을 찾기도 한다. 내년 역시 물을 중심으로 한 여행지가 인기를 끌 것이라 예측된다.
특히 발칸 반도에 위치한 알바니아의 해변, 일본의 전통 숙박 시설 료칸을 중심으로 한 온천 여행 등이 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내년 8월의 다낭을 계획하고 있는 내게도 이 요소들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아이와 함께 하는 휴가이기에 좋은 수영장과 멋진 해변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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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픽사베이] |
두 번째로 예측되는 트렌드는 바로 ‘저렴하고 고급스러운’이다. 분명 굉장히 모순되는 문장이지만 MZ로 대변되는 새로운 세대의 여행자들에게 이 문장은 아주 중요한 철칙과도 같은 말이다. 더욱이 2024년은 전 세계적 불경기가 예측된다. 그 와중이라도 여행은 해야만 할 것 같다. 그렇다면 내 돈을 적게 쓰면서도 굉장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여행 계획이 필요해진다. 그러니 일종의 ‘가성비’ 혹은 ‘가심비’ 등과 같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용어가 개입된다. 모든 여행자의 마음 속에는 한결 같은 바람이 내재되어 있다. 내가 쓰는 경비에 비해 만족감이 좋을 것. 이건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욕망 중 하나다. 얼마를 지출했던간에 내가 느끼는 만족감은 그 몇 배 이상이어야만 한다는 명제다.
여행을 위한 여유 자금이 풍부한 이가 얼마나 될까? 나 역시 여유가 있다면 보너스 항공권이 가능한 곳을 찾진 않았을 거다. 각설하고 이 같은 ‘저렴하지만 고급스러운’ 트렌드는 여행의 또 다른 경향을 보여준다. 여행자들은 여행 비용을 줄이는 한 가지 방법으로 숙박 대신 그곳의 편의시설을 이용하며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미 우리는 그러고 있지 않은가? 조금 저렴한 숙소에 터를 잡고, 주변의 멋진 호텔에 속한 멋진 레스토랑을 예약한다거나, 그곳의 수영장 이용료를 내고 한나절을 보내는 등의 방법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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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픽사베이] |
‘서늘한 기후’와 ‘미식 도시 휴가’ 인기
2024년 여행 트렌드의 세 번째는 ‘서늘한 기후’다. 이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환경 변화도 크게 작용한 듯 보인다. 이제 전 세계의 여름은 평균 이상으로 기온이 올라가는 무더위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서유럽의 여름은 뜨겁기 그지없다. 심지어 오래된 유산 보존과 도시 미화의 일환으로 에어컨이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탓에 많은 여행자들이 되려 서늘한 기온을 가진 도시로의 휴가를 계획한다고 한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된 이후 전 국민이 다 가보는 듯한 베트남 달랏도 그런 유형의 도시가 아닐까 싶다. 내가 예약한 도시인 다낭은 분명 엄청나게 뜨거울 것이다. 하지만 달랏은 비교적 연중 기온이 시원하다고 했다. 그러니 내가 불볕 더위에 시달리고 있을 때, 달랏으로 간 여행자는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트렌드 하에서 네덜란드의 발켄부르크, 독일의 켐니츠, 오스트리아의 찰츠부르크와 같은 도시들이 추천 여행지로 종종 부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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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픽사베이] |
어쩌면 호주 여행이 한국에서 다시금 부각되고 있는 경우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한국과 계절이 정반대다. 그러니 우리네 한여름에 그곳에 가면 한겨울 시즌인 것이다. 하지만 그곳의 겨울은 영하 10도를 오가는 한국의 겨울과는 좀 다르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그곳이 춥다고 해도 한국의 늦가을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이유로 한국의 여름을 탈출해 호주의 겨울로 휴가를 가는 여행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마지막 트렌드로 꼽히는 건 바로 ‘미식 도시 휴가’다. 유튜브 채널에서 여전히 ‘먹방’ 소재가 흥행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여행자에게 ‘먹는다’라는 행위는 여행의 품질과 추억을 가장 강렬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당신의 여행을 되새겨보길 바란다. 과거의 여행지에서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에 대해 말이다. 일행과 함께 했던 시간, 그곳에서 방문했던 관광지, 여행지에서의 쇼핑 등도 기억에 남겠지만 그곳에서 맛보았던 음식에 대한 기억이 오래도록 간직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에서도 핫플레이스라는 단어가 대부분 ‘음식점’ ‘카페’ 등에 집중되고 있듯, 한국인 해외 여행자들은 이 방식을 고스란히 여행지에도 대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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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픽사베이] |
포털 사이트에 어느 도시 여행이라 검색하면, 쇼핑, 관광과 더불어 가장 도드라지는 게 바로 ‘맛집’이다. 그래서 이 트렌드는 두 번째 트렌드였던 ‘저렴하지만 고급스러운’과도 절묘하게 교집합을 형성한다. 사실 잠은 깨끗한 곳이기만 하면 된다. 대부분의 활동을 밖에서 하고 숙소는 잠만 자는 곳이기 때문이다. 숙소 비용을 절약하고, 그 비용으로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을 예약한다. 또는 아낀 돈으로 더 많은 스트리트 푸드, 더 많은 맛집 투어를 한다. 어느 도시를 가보아도 시간을 허비해가며 기나긴 줄을 서는 곳은 유독 식당 밖에 없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쇼핑과 휴식이 공존하는 도시로의 미식 여행이 내년에 부각될 것이라 점친다.
“2024년의 트렌드는 ‘여행의 귀환’이다. 팬데믹으로 인한 보복 소비가 여행으로 향한 것. 물, 호수, 바다처럼 ‘물’이 있는 여행지, ‘저렴하지만 고급스러운’ 여행지,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즐기는 ‘서늘한 기후’와 ‘도시에서 즐기는 미식 휴가’ 등이 2024년 여행 트렌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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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픽사베이] |
이렇게 내년에 예측되는 네 가지 트렌드를 두고 나의 내년 다낭으로의 여름 휴가를 대입해보았다. 일단 물 중심 여행에는 다낭이라는 동남아시아의 도시가 부합된다. 저렴하면서 고급스러운 호텔을 찾아볼 것이니 분명 이 트렌드와도 얼추 맞아 떨어진다. 문제는 서늘한 기후다. 여전히 보너스 항공권이 남아 있는 이유를 너무 뜨겁기 때문일 것이라 추정하는 내게 이 트렌드는 완전히 동떨어진 부분이다. 뭐 그래도 실내는 시원할 것이고, 더우면 수영장에 있으면 될 거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는다.
베트남 다낭은 미식 도시 휴가라는 측면에도 부합된다. 개인적으로 향신료 가득한 동남아시아 푸드를 좋아하기에 더욱 그렇다.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국수를 포함한 요리들을 실컷 먹을 예정이며, 계획 중에 굉장히 좋은 레스토랑이 검색된다면 한번쯤 시도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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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픽사베이] |
우리는 여행에 목말라 있었고, 그에 대한 억눌린 욕망을 지금에서야 마음껏 해소하려 한다. ‘여행의 귀환’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 여행이 돌아오니 많은 산업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소비자들의 잔고는
정해져 있으니까. 하지만 근래 추세로 보건대 그중 일순위는 분명히 여행이다. 앞서 언급한 트렌드들에 맞추어 내년 여행을 일찌감치 한번씩 계획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남들이 가기 전에 가야만 그 도시를 훨씬 저렴하게 즐길 수 있을테니까.
[글 이주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