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들었다 착각해 골절시킨 복싱 코치…"정당방위 인정"

↑ 대법원 / 사진 = 연합뉴스

불만을 가진 복싱클럽 회원이 흉기 들고 있다고 착각해 손가락 골절상을 입힌 코치가 무죄 취지로 다시 재판을 받게됐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2일 상해 혐의로 기소된 복싱클럽 코치 A 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10대 B 씨는 지난 2020년 회원등록을 취소하러 복싱 클럽을 찾아왔습니다.

그러다 관장이 "어른에게 눈 그렇게 뜨고 쳐다보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고 복싱장을 빠져나갔다 한시간 정도 뒤 다시 찾아와 "눈을 어떻게 떴냐"며 항의했습니다.

화가 난 관장은 B 씨를 넘어뜨리고 목을 조른 뒤 눌렀습니다.

이런 몸싸움을 지켜보던 코치 A 씨는 B 씨가 주머니에 무언가 꺼내 주먹을 쥐고 있자 흉기로 착각하고 손을 강제로 펴게했습니다.

주먹에 있던 물건은 휴대용 녹음기였고, 이 과정에서 B 씨는 손가락 골절상을 입었습니다.

결국 A 씨는 상해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재판과정에서 A 씨는 "상해의 고의가 없었다"며 "범죄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정당방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해 1심 재판부인 서울북부지법은 "흉기를 들고 있는 것으로 오해한 것이 인정되고, 실제 그랬다면 중대한 위험이 될 수 있었다"며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청소년인 피해자를 운동을 한 두 사람이 막고 있었던 상황이라 크게 위험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손에 쥔 물건이 흉기라고 오인할만한 별다른 정황도 없었다"고 판단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재판은 대법원까지 이어졌고, 결과는 다시 뒤집혔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1시간 정도 뒤 다시 돌아와 강하게 항의하고 몸싸움을 했기 떄문에 보복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 충분하다"고 당시 상황을 해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흉기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고 오해할 충분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항소심 재판부의 사실 판단에 착오가 있었다고 판단해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결정했습니다.

[홍지호 기자 jihohong10@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