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행위 과정에서 환자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한 요양병원 원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지난 14일 서울서부지법을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8년 전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환자 2명이 잇따라 사망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해당 병원장이 병원 내 전염병 발생을 숨기려 환자들을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오늘(20일) 기자간담회에서 “병원 경영이 어려운 상태에서 감염병 환자 입원 사실이 알려지거나 다른 환자들에게 전염돼 요양병원 평가에 부정적 평가를 받아 불이익을 받을 부분을 우려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요양병원 원장 이 모 씨는 지난 2015년 9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결핵에 걸린 60대 남성과 80대 여성 환자에게 염화칼륨(KCL)을 투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습니다. 염화칼륨은 수액에 희석해 사용되는 약물이지만, 일부 국가에서 사형 집행에 쓰이기도 합니다.
당시 이 씨는 간호사 등 다른 병원 직원 없이 홀로 환자를 진료하고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다른 간호사 등이 없는 상황에서 혼자 진료 및 처치하고 (약물을) 투여했는데 그로부터 10분 뒤에 환자들이 사망했다”며 “그런 정황으로 보면 목격자를 확보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고 더군다나 의사에 의한 범행이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는 유족 등 누구라도 의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사망한 환자들은 병원에 입원한 후 결핵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남성 환자와 여성환자는 각각 입원한 지 2년 5개월, 3개월이 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중동 호흡기 증후군(MERS·메르스)이 유행했던 만큼 요양병원 경영난이 매우 심각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경찰의 추정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이 벌어진 2015년은 메르스가 유행할 때였다”며 “코로나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이었기에 그런 분위기 속에서 감염병에 걸린 환자들을 그렇게 대우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지난 10일 살인 혐의로 이 모 씨와 그에게 염화칼륨을 건넨 행정직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14일 법원은 “피해자들의 직접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행위 자체에 대한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며 기각했습니다. 공범으로 지목된 행정직원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
경찰은 보강 수사를 벌여 이 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토할 계획입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