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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교도소 수능'…"영어 2등급, 수의사 꿈꿔요"

기사입력 2023-11-15 09:22 l 최종수정 2023-11-15 09:35
‘만델라 소년학교’ 수용자 10명, 수능 응시
새벽까지 공부 경쟁…대학생 강사로부터 지도
교도관 “사회 나가 재범 않도록 다른 방향 제시”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 내 교육시설 만델라 소년학교에서 소년수 10명이 수능 공부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 내 교육시설 만델라 소년학교에서 소년수 10명이 수능 공부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24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하루 앞둔 오늘(15일) 서울 남부교도소에 시험장이 마련됐습니다.

교도소 내 교육시설인 ‘만델라 소년학교’에 마련된 사상 최초 ‘소년 수용자 수능 시험반’입니다.

이들은 최소 징역 2년에서 15년까지 형이 확정된 만 15∼17세 소년들입니다. 이곳에서 교육받는 수형자 30명 중 10명이 수능을 치릅니다.

과거 수형자가 교도소에서 수능을 치른 경우는 있지만, 교도소 내 시험장까지 설치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자율학습을 하며 대학생 강사들로부터 수능 과목 지도를 받습니다.

소년수들은 공부를 통해 형기를 마친 후 이전과 다른 삶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들 책상 위에는 EBS 수능특강 교재가 놓여 있었고, 진지한 얼굴로 모의고사 시험지를 푸는 모습이었습니다.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 내 교육시설 만델라 소년학교에서 소년수 10명이 수능 공부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 내 교육시설 만델라 소년학교에서 소년수 10명이 수능 공부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종한 서울남부교도소 사회복귀과장은 소년범들이 수능을 치게 된 사연에 대해 “고졸 검정고시를 패스한 10명이 이번에 수능을 보게 됐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모두 진지하게 공부한다. 새벽까지 단어를 외울 때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통상 소년 수용자를 위한 바리스타 또는 제과제빵 기술교육 등이 이뤄진 가운데 수능 등 학업지원에 나선 것과 관련해서는 “수능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이만큼 사회의 다른 것들도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며 “또 아직 어리지 않나. 공부할 기회도 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소년수 수험생에 대한 시선이 따뜻한 것만은 아닙니다. 성범죄 영상을 찍거나 특수강도, 살인 등 무거운 죄명을 가지고 있는 그들에게 수능 공부를 시켜준다는 것을 놓고 일종의 특혜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합니다.

김 과장은 “피해자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우선이지만, 피해자에게 직접 편지를 쓸 수 없고 써서도 안 된다”며 “다른 방향의 길을 제공해 주는 것으로 사회에 나가서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다른 길로 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주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들이 수능 공부하는 것을 원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들은 사회로 나가야 한다. 그 기간 교정과 교화가 되지 않으면 또다시 범죄를 저지를 수 있고 오히려 악순환”이라며 “어린 나이에 범죄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라고 답했습니다.

소년수 수험생 중에는 최근 학력평가에서 영어 모의고사 2등급을 맞은 학생도 있었습니다. 이들의 장래희망은 요리사, 인테리어 디자이너, 수의사까지 다양했습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수능에서 만델라 소년학교 소속 응시생 10명을 지원하기 위해 시험장 설치를 비롯해 수능 응시 수수료 전액 지원을 결정했습니다.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 내 교육시설 만델라 소년학교. / 사진=연합뉴스
↑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 내 교육시설 만델라 소년학교. / 사진=연합뉴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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