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라-루나 공동창립자 신현성. / 사진 = 연합뉴스 |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한 가상화폐 '테라' 관련 사업을 총괄해 투자자를 끌어모아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 신현성(38)씨가 '테라 폭락을 예상하지 못했으며 자신과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오늘(30일) 오전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장성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심 공판에서 신씨의 변호인은 "신씨는 2020년 권도형과 사업적으로 결별했고, 이후 관여한 바가 없다"며 "테라·루나 폭락의 원인은 결별 이후 권도형이 진행한 앵커 프로토콜의 무리한 운영과 외부 공격"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프로토콜은 테라폼랩스의 가상화폐 테라와 연계돼 최대 20% 수익을 보장한다는 가상자산 투자 방식을 말합니다.
변호인은 "신씨에 대한 수사는 '테라 프로젝트가 애초에 규제 때문에 불가능했다'는 전제에서 출발했지만, 한국에서 가상자산 결제서비스를 금지한 규제는 존재하지 않았다"며 신씨가 투자자들을 기망하려고 테라 프로젝트에 착수한 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신씨는 가상화폐의 증권성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루나 코인은 자본시장법상 증권이 아니므로 사기적 부정거래 범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신씨는 국내 수사기관이 가상화폐에 증권성이 있다고 보고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긴 첫 사례로, 검찰의 공소사실이 입증되려면 코인의 증권성이 인정돼야 합니다.
검찰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미국 뉴욕남부지방법원이 "코인 '리플'이 기관 투자자에게 판매될 때 증권이다"라고 판단한 판결문을 증거로 신청했습니다.
이에 변호인 측은 2017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정부가 가상자산은 금융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점을 들어 한국자본시장법은 미국법과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은 권도형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없게 되자 2020년 7월 중순부터 피고인 신현성을 중점적인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며 "수사는 테라·루나의 폭락 원인을 규명한 후 책임자를 밝히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권도형씨와 테라·루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를 공동 창립한 신씨는 테라 코인을 시장 원리에 의한 공급 조절과 차익거래 알고리즘에 따라 가격이 고정되는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홍보하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테라 코인의 가격 고정 알고리즘이 법적으로 실현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프로젝트를 강행했습니다.
이들은 테라와 루나 코인의 거품이 붕괴하기 직전까지 개인수익을 빼돌리고 투자자들의 거액의 손실을 초래한
검찰은 신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횡령, 배임증재, 업무상배임, 자본시장법·전자금융거래법·특정금융정보법 위반 혐의로 지난 4월 25일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테라·루나 사태 초기 주범으로 지목된 권씨는 지난 3월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혀 재판 중입니다.
[김혜균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catif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