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세종대왕 때 사헌부에서 임금께 상소한 글입니다.
초집이 뭐냐고요, 요즘은 학생들이 '족집게 과외'를 받죠. 초집은 조선시대에 성행했던 과거시험 족집게 예상 문제집입니다.
이 때문에 조정에선 골치가 아팠다고 하지요.
그런데 이 족집게 과외를 지성의 전당이자 미래를 이끌 대학이 받고 있다는 걸 아십니까.
유수의 국내 대학들이 매년 회계법인에 거금을 주고 컨설팅을 맡기고 있거든요.
유명 회계법인의 대학 담당자가 1년에 버는 돈이 자그마치 100억 원이 넘을 정도인데 그 이유가 한심하다 못해 서글프기까지 합니다.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수도권 대학 10곳 중 7곳은 적자에 시달리고 비수도권에선 80% 이상이 이미 적자에 빠져있는 상태에서 정부지원금은 유일한 구명줄이거든요.
이 지원금을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교육부 대학평가 제출 보고서를 그럴 듯하게 꾸미려고 돈을 주고 컨설팅을 받는 겁니다.
'좋은 대학이 돼 지원금을 많이 받아가라'는 게 원래 취지일 텐데 지원금을 받기 위해 학생을 키우는 게 아니라 컨설팅 업체에 돈을 주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학생을 잘 키우는 게 참 쉽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따져보죠.
우리나라 초중고 공교육비 지출액은 OECD 국가 평균을 훨씬 넘어가지만, 희한하게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은 1만 2,225달러, OECD 평균의 67.5% 수준에 불과합니다.
대학생을 키우는 데는 별로 돈을 안 쓰는 겁니다.
대학들은 2009년 이후 15년째 사실상 동결된 대학 등록금이 문제라고 입을 모으는데 그게 다일까요.
돈이 있어도 적립금이라고 쟁여놓고 안 쓰는 건 또 뭘까요.
시대는 무서우리만큼 빠르게 변하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AI(인공지능) 같은 기술의 진보와 새로이 출몰하는 전염병같은 걸 따라가고 막으려면 우선은 대학이 인재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대학이 이를 이끌어가긴커녕 돈 모으기에 급급하고, 정부는 대학의 숨통을 쥐고 되레 대학공멸을 막는다며 찔금찔금 보조금으로 연명케 하고
대학은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돈을 쓰는 게 아니라 학생들을 키우기 위해 돈을 써야합니다.
정부는 대학이 학생에게 투자하게 만들어야합니다. 컨설팅 업체에 돈을 바치게 하는 게 아니고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족집게 과외 받는 대학'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