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서스3국 중 하나,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
막대한 천연가스와 석유 지닌 ‘불의 도시’
첨단 빌딩과 공존하는 불과 바람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Baku)는 트렌드한 고층 건물이 으리으리하게 세워진 초현대적인 도시다. 카스피해 서쪽 해안에 위치해 일년 내내 강한 바람이 부는 도시로 13세기 마르코 폴로 시대부터 불꽃이 타올라 현재까지도 절대 꺼지지 않는 도시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융합되고 바람과 불꽃이 넘나드는 영험의 도시, 바쿠에서 낯설지만 강렬한 여행의 시간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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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특한 구조와 설계가 특징인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 |
낯선 나라, 그리고 낯선 도시
깜깜한 새벽에도 도시의 화려한 불빛은 쉼이 없다. 비행기 창문에서 내려다본 바쿠의 첫인상이 그 불빛을 통해 날갯짓을 시작했다. ‘헤이다르 알리예프(Heydar Aliyev)’ 국제공항은 아제르바이잔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1993년부터 2003년까지 10년간 아제르바이잔을 통치한 故헤이다르 알리예프는 제3대 대통령이자 독재자, 현 제4대 대통령인 일함 알리예프(Ilham Aliyev)의 아버지다.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20년째 국가를 통치하고 있는 세습 정치의 나라, 모던하고 독특한 건축 디자인을 뽐내는 국제공항의 전경은 그것과 대조를 이루며 낯선 인상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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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제르바이잔 바쿠 도시의 중심부 |
아제르바이잔은 낯선 나라다. 코카서스 지역에 위치하며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는 카스피해 연안국인 이 나라는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독립공화국을 이뤘다. 시민의 대다수는 시아파 무슬림이지만 아제르바이잔은 일찍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세속 국가를 선언해 현재에 이른다. 땅속에서 자연적으로 분출하는 천연가스가 풍부한 산유국으로 국가경제는 석유 및 기타 에너지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편이다.
‘코카서스3국’을 형성하는 주변국인 조지아, 아르메니아와 달리 산유국답게 아제르바이잔은 높은 수준의 경제 발전과 문해력을 보유한 중·상위 소득 국가로 간주된다. 하지만 실제 이 나라의 경제사정은 수치로 보여지는 것과는 다르다. ‘대통령 공화국’이라 불리는 이 나라의 정치체제는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인권 탄압과 빈부 격차가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더욱이 높은 실업률과 빈곤율은 중·상위 소득 국가라는 타이틀과는 실제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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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와 쇼핑의 중심지, 니자미 거리 |
바쿠는 아제르바이잔의 수도이자 카스피해와 코카서스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도시다. 공항에서 서남쪽으로 약 25km 떨어진 ‘니자미 거리(Nizaami street)’가 도시의 중심부를 이룬다. 서울 명동과 같은 곳이다. 다수의 관공서와 회사, 은행, 호텔이나 식당, 술집, 상점 등이 밀집되어 있다. 특히 명품쇼핑거리로도 유명하다. 니자미 거리에 당도하면 가장 먼저 화려한 유럽식 건축물과 모던한 식당과 카페, 트렌디한 쇼핑시설 등이 눈을 사로잡는다.
거리의 풍경만 보면 산유국다운 높은 수준의 경제력을 짐작하게 하지만 중요한 건 이 거리 풍경이 전부라는 사실. 니자미 거리를 벗어나면 도시의 화려함은 금세 종적을 감추고 대통령 공화국으로서의 낯빛을 드러낸다. 풍요와 빈곤, 서로 상반된 도시의 두 얼굴이 바쿠의 정체성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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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렌디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바쿠 북 센터 |
“‘코카서스3국’을 형성하는 주변국인 조지아, 아르메니아와 달리 산유국답게 아제르바이잔은 높은 수준의 경제 발전과 문해력을 보유한 중·상위 소득 국가로 간주된다. 바쿠는 아제르바이잔의 수도이자 카스피해와 코카서스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도시다. 공항에서 서남쪽으로 약 25km 떨어진 ‘니자미 거리(Nizaami street)’가 도시의 중심부를 이룬다. 우리나라 서울로 치면 명동과 같은 곳이다.”
현대적인 포스트모던 건축의 중심지
바쿠의 풍요로운 얼굴은 휘황찬란한 현대식 건축물이 채운다. 도시의 얼굴을 부유하게 만드는 위대한 건축물은 도시를 넘어 나라의 자랑이다. ‘바쿠’라는 도시의 이름은 낯설지 몰라도 이 도시를 대표하는 유명 건축물은 사진으로 한번쯤 봄직한 모습이다. 불꽃타워라 불리는 ‘플레임 타워(Flame Towers)’와 카스피해 연안에 건설된 초고층 단지인 ‘초승달 프로젝트’ 등 하이랜드 파크에 올라 도시의 건축물을 한눈에 담는다. 바쿠 관광명소 중에서 단연코 우선순위에 해당하는 하이랜드 파크는 길고 넓은 계단 꼭대기에 공원처럼 조성된 곳이다. 카스피해 연안의 장엄한 전망을 볼 수 있어 ‘바쿠 전망대’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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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꽃타워라 불리는 바쿠를 대표 건축물, 프레임 타워. 밤이 되면 타워가 살아 움직이는 불꽃으로 변한다. |
첨탑 뒤에 우뚝 솟은 플레임 타워가 이곳 전망대의 랜드마크를 형성한다. 불꽃을 형성화한 3개의 고층 건물로 이루어진 타워는 ‘불의 땅’ 아제르바이잔과 ‘불의 도시’ 바쿠를 고스란히 표현한다. 건물 전면은 LED 스크린으로 덮여 있어 밤이 되면 타워가 살아 움직이는 듯 춤을 추는 불꽃으로 변한다. 일몰 무렵 이를 보기 위해 몰려든 관광객들로 하이랜드 파크는 분주함이 극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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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특한 구조와 설계가 특징인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 하이랜드 파크에서 내려다본 바쿠 전경(마지막 사진) |
바쿠에서 가장 상징적인 건축물로 꼽히는 곳은 바로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다. 공항과 동일하게 故 헤이다르 알리예프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이 센터는 건축계의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프리츠커 건축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을 수상한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설계해 유명세를 탔다. 소련 독립 후 대통령에 오른 故 헤이다르 알리예프는 바쿠를 현대 건축의 중심지로 만들고 싶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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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 |
1998년 카스피해와 접한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그는 그 일대를 중심으로 건축 및 조경 계획을 수립해나갔고, 2000년대 초반 경제발전에 힘입어 이후 십여 년간 유리와 강철로 지어진 초현대적인 포스트모던 고층건물이 하나둘씩 도시 전역에 모습을 드러냈다. 구시가와 신시가, 동양과 서양의 건축물이 독특하게 조화를 이루는 바쿠에서 또 다른 두 얼굴의 도시를 마주한다.
12세기 미스터리 구시가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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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석기 시대부터 사람이 거주했던 흔적과 역사가 있는 구시가지 |
카스피해 서쪽 가장자리, 압셰론(Apsheron) 반도 남쪽 해안에 솟아오른 ‘도시 안의 도시’라 일컬어지는 바쿠의 구시가지는 아제르바이잔 최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역사적 중심지다. 그렇기에 구시가 산책은 바쿠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관광요소. 니자미 거리를 걷다 보면 ‘구시가지 워킹 투어’ 상품이라 적힌 광고용 선전문구를 나눠주는 사람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가이드의 세세한 역사적 정보를 들으며 구시가 산책을 즐겨도 좋고, 홀로 유유자적 걸으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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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로처럼 나 있는 좁다란 골목길 |
초현대적인 건축물을 뒤로 하고 12세기 성벽으로 둘러싸인 바쿠 성곽도시 안으로 들어서면 구석기 시대부터 사람이 거주했던 흔적과 역사가 가득하다. 집과 집 사이 차량이 다닐 수 없을 만큼 비좁은 골목길은 바쿠의 또다른 이름인 ‘바람의 도시’를 입증하는 대목. 바람으로부터 집을 보호하기 위한 전통방식의 건축설계가 미로처럼 나 있는 좁다란 골목길 탐험에 재미를 선사한다.
여러 박물관과 기념물, 미술관 등 역사적 명소와 더불어 식당과 카페, 호텔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구시가 산책에서 메이든 타워(Maiden Tower)는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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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펫의 나라답게 구시가지 곳곳에 들어선 카펫 상점 |
29.5m 길이의 석탑은 바쿠 만과 구시가지를 내려다보는 옥상 전망을 갖춘 바쿠의 가장 중요한 역사적 기념물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탑의 기원이 수수께끼처럼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는 점. 언제 지어졌는지, 지어진 목적은 무엇인지, 심지어 메이든 타워라는 이름이 왜 붙여졌는지 등등 석탑의 정보나 구조, 기능 등을 기록한 초기 자료가 전혀 남아 있지 않아 미스터리 타워라 불리기도 한다.
때문에 타워의 역할에도 여러 가지 설이 난무하는데, 그중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석탑의 내·외부 구조를 기반으로 도시를 방어하는 ‘감시탑’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 힘을 싣는다. 하지만 증명되지 않은 하나의 이론일 뿐 어떠한 이론도 이 타워를 정의 내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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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시가지 대표적 랜드마크, 메이든 타워 |
종교적 의미를 넘어선 모스크
아제르바이잔인의 97~99%가 이슬람교를 믿는다. 이는 100%에 가까운 수치지만 국민들 대다수가 자신의 신앙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다. 2010년 12월, 아제르바이잔 교육부는 학생들이 학교와 대학에서 히잡(이슬람 여성들이 머리와 목 등을 가리기 위해 쓰는 두건의 일종)을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히잡 금지령을 선포하기도 했다.
이러한 아제르바이잔의 강력하고 세속적인 종교정책은 정치와 일상생활에서 이슬람의 역할을 상대적으로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다. 민소매 티셔츠나 짧은 치마와 바지, 배꼽이 드러날 정도의 트렌디한 여성들의 옷차림, 다양한 상업시설에서의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활동 등은 일반 이슬람국가와는 다른 세속적인 종교정책의 대표적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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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이바트 모스크 내부 모습 |
이슬람교가 100%에 가까운 수치라는 건 도시 곳곳에 세워진 수많은 모스크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아제르바이잔 전국에 약 2,166개의 모스크가 자리하며, 그중 약 120개의 모스크가 바쿠에 있다. 대부분의 모스크는 역사 및 건축학적으로 커다란 의미를 지니는데, 종교적 예배당 이상으로 바쿠를 찾는 관광객에게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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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셰론 반도 끝자락에 자리한 헤이바트 모스크 |
도심에서 남쪽으로 약 10km 떨어진 압셰론 반도 끝자락에 바쿠를 대표하는 헤이바트(Bibi-Heybat) 모스크가 있다. 바쿠를 넘어 아제르바이잔에서 가장 존경 받는 종교압셰론 반도 끝자락에 자리한 헤이바트 모스크 적 랜드마크 중 하나다. 1997년에 건축된 이 모스크는 1936년 파괴된 중세 모스크를 모델로 지어졌다. 돔과 첨탑, 석회암 조각 등이 이슬람 건축의 화려한 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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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셰론 반도 끝자락에 자리한 헤이바트 모스크 |
바쿠의 또 다른 대표적인 모스크는 헤이다르 모스크다. 이곳 또한 故 헤이다르 알리예프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이쯤 되면 대통령 공화국으로서의 도시의 특성이 여실히 드러난다는 점을 짐작하게 한다. 모스크의 면적 1만2,000㎡로 이슬람을 대표하는 시르반샤(Shirvanshah) 건축의 특별한 석조 스타일로 설계된 것이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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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헤이다르 알리예프 대통령의 이름을 딴 헤이다르 모스크와 예배를 보는 현지인들 |
아제르바이잔 현 대통령인 일함 알리예프는 2014년 12월 모스크 개관식에서 “아제르바이잔 전역에 500개 이상의 모스크가 세워진 것은 헤이다르 알리예프의 훌륭한 지도력 때문이었다”고 말했는데, 이는 모스크가 곧 강력한 국가를 상징한다는 의미를 강조한 말이었다. 이곳 모스크는 종교적 예배 장소를 넘어 기념비적 아이콘으로 도시와 시민, 국가와 지도자를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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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셰론 반도 끝자락에 자리한 헤이바트 모스크 |
바쿠에선 무엇을 먹을까
낯선 도시이니 먹는 것 하나에도 크게 눈길이 간다. 아제르바이잔의 음식 문화는 목축 문화의 발전과 함께한다. 아제르바이잔은 전 세계에서 축산업의 발전을 이룩한 최초의 국가 중 하나로 여겨진다. 그도 그럴 것이 비옥한 기후와 풍부한 초원, 강을 기반으로 유럽과 아시아의 교차로에 위치한 독특한 지리적 장점은 육류와 농산물, 유제품 등 다양한 맛과 요리에 영향을 끼쳤다.
특히 역사적으로 전 세계에서 최고품질의 완두콩, 석류, 무화과의 재배가 아제르바이잔 땅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 이곳 전통 요리법은 대개 인도나 중국, 터키, 이란, 중동, 지중해 요리에서 영향을 받아 재해석한 경향이 높은 편이다. 터키 케밥과 유사한 꼬치요리나 인도 비리야니와 유사한 필라프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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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쿠의 먹을거리들 |
인도의 프라타와 유사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쿠탑(Qutab)은 바쿠의 식당이나 마켓, 베이커리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다. 커다랗고 넓적해 자칫 만두처럼 보이는 이 음식은 얇은 밀가루 반죽 안에 고기나 치즈, 시금치와 같은 채소로 속을 채운 두툼한 팬케이크의 일종이다. 버터를 사용해 굽기 때문에 밀가루 반죽의 고소한 맛이 만두보단 팬케이크에 가깝다.
두 번째로 이곳의 국민요리라 칭송받는 음식, 니자미 거리에 있는 대다수의 식당에 단골메뉴 격인 음식이 바로 ‘돌마(Dolma)다. 돌마는 ‘속을 채우다’라는 터키어에서 유래된 말로, 쌀밥과 고기, 허브 등을 각종 채소 안에 채워 만든 요리다. 동유럽 등지에서 돌마는 속을 넣는 채소 종류에 따라 가지나 토마토, 피망 등 다양하지만 아제르바이잔에서 돌마를 요리할 때 포도나무 잎을 사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약간 쓴 맛이 감도는 포도나무 잎과 그 속에 채워진 허브 향 가득한 밥과 고기의 조화가 꽤 입맛을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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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가루 반죽 안에 고기나 치즈, 채소로 속을 채운 요리, 쿠탑을 만들고 있다. |
절대 꺼지지 않는 불의 도시
앞서 말했듯 바쿠는 불의 도시다. 사막 지역에 만들어진 이 도시는 예로부터 땅에서 연기가 솟아나고 불이 솟구치는 신성한 곳으로 여겨졌다. 역사적으로 10세기까지 아제르바이잔의 주요 종교로 인식됐던 불, 물, 공기, 흙과 같은 땅의 요소를 숭배하는 조로아스타교의 막강한 영향력이 불의 도시에 불을 지폈다. 막대한 천연가스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산유국의 타이틀 또한 불의 나라, 불의 도시를 형성하게 한 주요 바탕이 된다. 높은 압력으로 인해 지하 가스가 땅의 틈에서 새어 나오는 도시의 풍경, 바쿠에서 불은 상징적 요소이자 커다란 존경, 숭배의 대상이다.
불의 도시라는 명제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쿠 도심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다. 도심에서 북쪽으로 25km 떨어진 곳에 ‘불타는 산’을 의미하는 ‘야나르 다그(Yanar Dagh)’가 있다. 실제로는 산이라기보다 작은 언덕에 가깝다. 야트막한 산비탈 아래 천연가스 매장지에서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데, 지하 표면에서 가스가 누출되어 연소되는 방식으로 진흙 화산과는 달리 진흙이나 액체가 누출되지 않아 안정적인 구조가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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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타는 산’을 의미하는 ‘야나르 다그(Yanar Dagh)’ |
야나르 다그의 불은 절대 꺼지지 않는다. 마르코 폴로 시대부터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고 전해지며, 더욱이 그가 13세기 이 반도를 방문했을 때 화재를 목격한 일화는 불타는 산의 정체성을 뒷받침하는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다.
“바쿠는 불의 도시다. 사막 지역에 만들어진 이 도시는 예로부터 땅에서 연기가 솟아나고 불이 솟구치는 신성한 곳으로 여겨졌다. 막대한 천연가스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불의 나라. 높은 압력으로 인해 지하 가스가 땅의 틈에서 새어 나오는 도시의 풍경, 바쿠에서 불은 상징적 요소이자 커다란 존경, 숭배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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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연가스 매장지에서 타오르는 700년간 꺼지지 않는 불꽃 |
불의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볼거리는 ‘불의 사원’이다. 도심에서 동쪽으로 약 20km 부근 수리카니 교외에 고대부터 조로아스터교의 예배 장소로 사용돼온 ‘바쿠의 아테쉬가(Ateshgah of Baku)’가 있다. 고대부터 타오른 불꽃은 19세기 중반 천연가스 매장량을 과도하게 활용한 결과 지표면의 이동으로 인해 천연가스 생산량이 중단되었다. 이곳에 머물렀던 종교 순례자들은 이를 하나의 형벌로 인식해 사원을 떠났고, 오늘날 이 사원은 인공 불을 조성해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타오르던 불꽃은 꺼졌지만 아주 먼 옛날 조로아스터교인의 성지로 각광받았던 이곳의 명성은 이제 전 세계에서 바쿠를 찾는 관광객으로 옮겨가 여전히 ‘불의 도시’임을 알리는 중심지로 제 역할을 다한다. 몇백 년이 흘러도 식을 줄 모르는 도시의 열기, 바쿠는 오늘도 뜨겁게 타오른다.
※다음 편에서 ‘아제르바이잔 북서부 마을 여행’이 이어집니다.
바쿠(Baku)는 아제르바이잔의 수도이자, 아제르바이잔의 국가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로 손꼽히는 도시입니다. 이 도시는 현대적인 건축물과 문화의 융합,
그리고 독특한 특징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래는 바쿠에 대한 몇 가지 주요
정보와 관광 명소에 대한 설명입니다.
•도시의 모던한 얼굴: 바쿠는 초현대적인 고층 건물로 가득 찬 도시로,
유럽적인 스타일의 건축물과 현대적인 시설들이 눈에 띕니다. 특히, “플레임
타워(Flame Towers)”라고 불리는 불꽃 모양의 고층 건물은 바쿠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유명합니다. 바쿠는 또한 ‘불의 도시’로 알려져 있으며, 바쿠에서는
불로 연결된 문화적인 명소들도 즐길 수 있습니다.
•구시가지: 바쿠의 구시가지는 아제르바이잔 최초로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역사적 중심지입니다. 좁은 돌길과 고대 성벽으로
둘러싸인 이 지역은 아제르바이잔의 역사와 문화를 탐험하기에 훌륭한
장소입니다. 여기에는 메이든 타워(Maiden Tower)와 다양한 박물관,
기념물, 미술관 등이 있습니다.
•모스크: 바쿠에는 다양한 아름다운 모스크가 있으며, 이슬람 문화와
아제르바이잔의 역사를 탐구하기에 좋습니다. 헤이바트(Bibi-Heybat)
모스크와 헤이다르 모스크는 그 중에서도 두 모스크의 아름다움과 역사적
중요성이 돋보입니다.
•문화와 식사: 바쿠는 동양과 서양 문화가 만나는 도시로서, 이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레스토랑, 카페, 바 등이 있습니다. 현지 음식과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으며, 바쿠의 활기찬 문화와 예술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정치와 경제적 현실: 바쿠는 아제르바이잔의 경제와 정치 현실을 반영하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아제르바이잔은 석유 및 기타 에너지 수출에 의존하는
산유국으로서 경제적인 불균형과 정치적 독재로 인한 인권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음식: 아제르바이잔의 음식은 주로 인도, 중국, 터키, 이란, 중동, 지중해
요리에 영향을 받아 재해석된 요리로, 케밥, 필라프, 쿠탑(Qutab),
돌마(Dolma) 등이 대표적입니다.
바쿠는 낯선 도시에서 독특한 경험을 찾고자 하는 여행자들에게 흥미로운 여행지
중 하나입니다. 이 여행기는 바쿠의 현대적인 도시경관과 역사적인 유산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를 제공하며, 바쿠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글과 사진 추효정(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