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아과 대기환자 모습 / 사진 = MBN |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응급실 등 필수의료 분야의 붕괴가 현실화되며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되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에서 생후 6개월 아들을 키우는 이모(36) 씨는 소아청소년과 진료 예약을 '1분 컷'이라고 표현했습니다. 1분 내에 예약을 마쳐야만 그날 진료를 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은 쉽사리 나아지지 않을 전망입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확보율은 2020년 71%에서 올해는 25.5%까지 급락했습니다.
전공의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되기 전 이를 포기하는 비율도 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의하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중도 포기율은 2017년 6%에서 지난해 23%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개업하는 소아청소년과도 줄고 있습니다. 소아청소년과 개업 건수는 2018년 122곳에서 매년 줄어 지난해에는 84곳으로 떨어졌습니다.
정부가 소아청소년과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 내놓은 대책에 대해 현장에서는 큰 실효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지난달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게 매월 100만원의 수련 보조 수당을 추가로 지급하고, 야간과 응급 진료 보상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이에 "(정부가 내놓은) 수가 보상안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이러다간 소아 의료체계 붕괴가 머지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비단 소아청소년과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의료계에서는 소아청소년과와 더불어 산부인과의 상황도 위태롭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신현영 의원이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의하면, 올해 7월까지 전국 산부인과의 82%는 분만 수가를 청구하지 않았습니다. 병원은 산모가 아이를 출산하면 심평원에 분만 수가를 청구해야 하나, 분만 수가 청구가 없다는 건 해당 병원에서 출산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산부인과 전문의)은 "분만 수가가 55만원인데 아이를 하나 받으려면 최소 3명은 붙어 있어야 한다"며 "이런 고질적 저수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서도 분만 수가를 400% 인상하고, 분만 사고 보상금의 80%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합니다. 분만 수가를 현실화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단순한 의사 수 증원을 넘어 시스템을
김윤 서울대 의대(의료관리학) 교수는 "의대 정원 확대와 더불어 제도나 정책이 같이 정비되는 게 필요하다"며 "병원에서 필수의료를 보는 의사들에게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고, 충분한 인력이 일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최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efavoriteon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