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증 때문에 명절 뒤끝이 개운치 않은 이들이 있다. 체증은 음식을 급히 먹거나 많이 먹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위 기능이 저하되어 나타나는 증상이다. 그런데 특별히 과식하거나 급하게 먹지 않았는데도 평소 체증이 잦다면 몇 가지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 (사진 게티이미지)
체증을 일으키는 원인 질환들
음식을 먹고 나면 명치가 막힌 듯 답답할 때가 있다. 트림을 해도 시원하지 않다. 딱히 체증이 생길 만한 일이 없는데도 종종 체한 것 같고 불편하다면 몇 가지 원인 질환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먼저, ‘기능성 위장장애’다. 특별히 위장에 질환이 있진 않으나 때때로 위장 기능에 장애가 생겨 소화가 안 되는 증상이다. 대개 성격이 예민한 사람이 잘 체하는데, 교감신경이 쉽게 항진되어 몸이 긴장되고 위장으로 가야 할 혈류량이 줄어들면서 소화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두 번째로 의심해 볼 질환은 ‘위식도염’이다. 위나 식도에 염증이 생겨 소화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과식을 하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소화 불량에 걸린다. 치료와 식습관 개선을 병행해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이 순서다. 셋째로는 ‘담적병’이 원인일 수 있다. 위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남은 음식 찌꺼기가 부패하면서 독소를 만들고 위장 벽에 쌓여 딱딱하게 굳는 질병이다. 위의 운동성이 떨어지면서 소화 불량과 가슴 답답함, 잦은 트림, 복부 팽만을 부른다. 이 밖에도 간 기능이 저하되면 해독 기능이 원활하지 못해 체내 독소가 쌓이고, 소화가 덜 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체증이 두통 동반하는 이유
많은 경우에 체증은 두통을 동반한다. 이때의 두통은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서 발생한다. 음식물을 섭취하면 몸속의 혈액이 위장으로 모여든다. 위장이 위산을 분비하고 수축과 팽창 운동을 반복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들기 때문이다. 음식물이 위산과 충분히 섞여 십이지장으로 넘어가면 혈액은 몸의 다른 부위로 이동하는데, 그럼에도 위장에 음식이 계속 머물러 있으면 더 많은 혈액을 불러들여 소화력을 증진시킨다. 이 때문에 다른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혈액이 부족해지고, 뇌 역시 활동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이 부족해지면서 두통이 발생한다. 따라서 체증에 동반된 두통은 두통약을 먹기보다 소화제를 복용해야 증상이 완화된다.
잦은 체증 예방하는 생활 수칙
체증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굶는 것이다. 한두 끼 굶어 위장이 휴식을 취하면서 기능을 회복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따뜻한 보리차를 조금씩 마셔주고, 증상이 완화되면 죽이나 미음 등 소화가 잘 되는 음식으로 식사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평소 체증이 잦다면 생활 습관을 점검한다. 음식은 천천히 여러 번 씹고, 식사 후 바로 눕거나 앉지 말고 가벼운 스트레칭과 산책을 통해 몸의 긴장을 풀고 소화를 돕는다. 식사할 때 다리를 꼬거나 등을 구부린 자세는 위장을 압박하고 혈액 순환을 방해해 소화력을 떨어뜨린다. 날이 추우면 체증이 심해질 수 있다. 추위를 느끼면 혈관이 수축되어 위장 활동도 떨어지기 때문. 따뜻한 물이나 차를 자주 마셔 몸을 덥히면 도움이 된다.
때때로 배를 문질러 줘도 좋다. 배꼽을 중심으로 시계 방향으로 마사지하면 배가 따뜻해지고 자율신경이 활성화되어
장 기능이 원활해지는 효과가 있다. 한편, 식사 직후 물을 한 컵 이상 마시는 것은 역효과를 부른다. 위의 소화액을 희석시켜 소화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콜라와 사이다 등도 삼가자. 탄산음료에 들어 있는 과도한 양의 설탕과 카페인은 위에 부담을 준다.
[글 송이령(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0호(23.10.1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