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음악계에 장르로 자리잡은 K-pop. 그중에서도 블랙핑크, 에스파, 잇지, 뉴진스 등의 걸그룹의 인기는 세계적이다. 이런 걸그룹 파워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일까? 혹은 한국 여성의 특별한 유전자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연출 박칼린은 한국 걸그룹 시작점에 주목했고, 그 ‘걸그룹 선조-시스터즈’들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담았다.
↑ (사진 ㈜신시컴퍼니, ㈜포킥스 엔터테인먼트) |
일제강점기, 전쟁, 가난, 대중문화에 대한 편견 등 척박한 환경을 극복한 채 당당하고 멋있었던 그녀들. 특히 라디오가 가정에 보급되고 흑백TV가 전부인 시절에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실력을 뽐냈던 그녀들의 무대가 오늘날 화려하게 부활한다.
무대는 시간과 배경을 넘나든다. 일제강점기 경성 조선극장, 미8군 무대, 60년대 라스베가스 호텔, 에드설리번 쇼, 명동거리 등 역사 속 다양한 배경이 등장한다. 자료화면을 보는 듯한 무대는 어느새 화려한 무대로 변하고, 시스터즈들은 현란한 조명 속에서 춤추며 노래하다 다시 무대 뒤에서 앳된 여인으로 돌아간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도구로서 최신 기술은 구현되지만, 그 옛날 기계음, 포토샵 하나 없이 자신들의 실력과 아우라로만 무대를 휘어잡아야 했던 그 시절의 가치와 느낌을 지키기 위해, 무대는 하이테크 기술로 더욱 아날로그적으로 표현된다.
10인조 밴드와 각 가수들의 드라마틱한 모습으로 분한 배우들은 ‘처녀 합창’, ‘울릉도 트위스트’, ‘커피 한잔’ 등 시대의 히트곡들을 그대로의 감성으로 되살린다. 밴드는 또 하나의 배우로 무대에 존재한다.
↑ (사진 ㈜신시컴퍼니, ㈜포킥스 엔터테인먼트) |
공연에 참여하는 배우는 여배우 10명과 남배우 1명 총 11명이다. 그러나 한 공연당 무대 위 출연 배우는 단 7명이다. 이를 위해 배우들은 주역 1~3, 단역 3~4인을 소화하고 오늘과 내일의 배역도 달라진다. 단일 서사의 뮤지컬에서는 볼 수 없는 주연배우가, 주연, 조연, 단역을 모두 소화하는 배역은 배우들에게는 새로운 도전 정신을, 관객들에게는 흥미를 안겨준다.
박칼린 연출은 “이 뮤지컬은 세 가지 여운을 관객에게 남기는 공연이 되길 바란다. 첫 번째는 우리 음악 역사에 운명을 개척했던 여성이 있었구나. 둘째는 역사물인데도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구성, 그리고 배우들이 정말 시대의 히로인을 표현하기에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100분의 시간이 쏜살같이 흐르는 즐거운 경험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극은 중장년층에게는 그 시절의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오히려 신선한 무대를 관람하는 경험을 안겨준다.
Info
장소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기간 ~2023년 11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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