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고 약해 보이는 친구에게 빵·우유 심부름을 강요하거나 금품을 갈취하는 속칭 빵셔틀. 학교폭력을 상징하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정부 부처와 산하 공공기관 사이에서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아십니까.
감사원이 공공기관의 경영 실태를 점검하면서 산업통상자원부 쪽을 들여다봤더니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갑질과 비리가 만연해 있었거든요.
예를 들어볼까요. 한 40대 사무관은 명절 때 가족과 먹을 한우 고깃값을 부처로 파견 나온 한국지역난방공사 직원에게 대신 내게 했는데, 공사 법인카드로 3년 반 동안 결제한 이런저런 비용이 무려 8천500여만 원이나 됐습니다.
갑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출퇴근 때 운전을 시키고, 자녀들 소풍 때는 도시락을 준비시켰으며 가족이 먹을 빵을 사서 집으로 가져오게 하는, 말 그대로 '빵셔틀'까지 시켰습니다. 이게 대한민국 중앙부처 공무원 맞나 싶죠.
한술 더 떠 이 사무관을 관리 감독해야 할 소속 부서의 과장은 난방공사에 1천100여만 원의 회식비용을 떠넘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가늠도 안 됩니다.
비판이 거세자 산업부는 어제 긴급 직원회의를 열고 "재발 방지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갑질 예방 교육을 하겠다, 일벌백계하겠다 등등 어디서 많이 듣던, 그 나물에 그 밥입니다.
또, 이 약속이 와닿지도 않습니다. 사실 부처와 산하 공공기관들은 그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국민 혈세를 빼먹는 데 의기투합하는 모양새를 많이 보여왔거든요.
이번 감사에선 채희봉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출장 때 호텔 스위트룸에 묵으면서 하루 숙박비로 260만 원씩 사흘을 쓰고, 한국전력 직원은 직접 태양광발전 사업을 해 수억 원대 수입을 챙긴 것도 드러났는데.
정부 부처는 물론 산하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윗물부터 아래까지 썩을 대로 다 썩었다는 방증이겠죠.
팍팍한 살림살이에 허리띠를 조이면서도 꼬박꼬박 세금을 냈더니, 탐관오리들이 축내고 있다니요.
잘하진 못해도, 기본은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내가 낸 세금이 아깝지 않은 나라, 도대체 언제쯤 만들어 주실 건가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상상초월 공무원 갑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