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문제적인 인간, 일론 머스크의 공식 전기가 나왔다. 저자는 ‘천재 수집가’ 월터 아이작슨 전 「타임」 편집장. 스티브 잡스를 ‘피도 눈물도 없는 독재자’라 썼던 그의 수집품에 들기만 해도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 『일론 머스크』 월터 아이작슨 지음 / 안진환 옮김 / 21세기북스 펴냄 |
760쪽에 달하는 이 책은 시작부터 펀치가 묵직하다. 머스크가 자란 1980년대 남아공은 기관총 난사나 칼부림 사건이 빈번했다. 아스퍼거증후군이 있는 데다, 체격이 작고 공감능력이 떨어지던 그는 학교에서 매일 두들겨 맞아 어른이 되서도 코 교정수술을 받아야 했다. 불한당인 아버지 에롤의 정서적 학대는 더 심했다. 아들의 얼굴을 묵사발 낸 학생의 편을 들 정도였다. 다정함과 폭언을 오가는 ‘지킬 앤 하이드’의 아들로 자란 머스크는 그 망령을 떨치지 못했다. 성장기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그의 기분은 밝음과 어두움, 강렬함과 얼빠짐, 세심함과 무심함을 주기적으로 넘나들었고, 때로는 주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악마 모드’에 빠져들곤 했다. 2008년, 스페이스X 로켓의 처음 세 차례 발사가 모두 실패하고 테슬라가 파산 위기에 처했을 때 밤마다 깨어 아내에게 아버지처럼 욕설을 퍼부었다. 두 번째 부인 탈룰라 라일리는 말한다. “그의 내면에는 여전히 어린아이가 있는 거죠. 아버지 앞에 서 있는 어린아이가.”
머스크는 11살에는 돈을 모아 컴퓨터를 샀고, 60시간의 BASIC 학습 과정을 잠을 자지 않고 3일 만에 끝냈다. 13살에는 독학으로 익힌 코딩으로 비디오 게임 ‘블래스타’를 만들었다. 잡지사에 500달러를 받고 게임을 판 그는 평생 비디오 게임에 중독됐다. 고교시절엔 물리학과 수학을 잘했고, 독서가 안식처였다. 만화책도 탐닉해서 철제 수트를 입고 세상을 구하려 애쓰는 슈퍼히어로를 특별히 좋아했다.
교회에선 신성모독적 질문이나 일삼았지만 우주에 관한 모든 것은 좋아했다. 로버트 하인라인의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이 가장 좋아한 책이었는데, 달에 범죄자들을 보내 건설한 식민지에 관한 SF다. 유머 감각이 있는 마이크라는 슈퍼컴퓨터가 관리하는 식민지에서 반란이 일어나자 그 컴퓨터는 자신의 생명을 희생시킨다. 이 책은 그의 삶의 중요한 문제를 다룬다. AI는 과연 인류를 보호하고 이롭게 할까, 아니면 인간에게 위협이 될까.
머스크는 경험을 통해 배우는 천재다. 대학시절 은행 인턴을 한 뒤 남의 밑에서 일하는 걸 못한다는 걸 깨닫고 경영학을 전공했고, 게임회사에서 일해 본 뒤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창업가의 길을 택했다. 반복된 성공 경험은 그를 비현실적 데드라인으로 내몰고 직원들을 몰아붙이게 만들었다.
너무 많이 알려진 그의 삶에서, 숨겨진 몇 가지 퍼즐 조각을 발견하는 것으로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무엇보다 그가 본업에서 벗어나 최근 몰두하고 있는 트위터(X)와 AI에 관한 서술이 집중된 마지막 몇 장은 그의 뇌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 『눈부시게 불완전한』 일라이 클레어 지음 / 하은빈 옮김 / 동아시아 펴냄 |
클레어에 따르면 치유 이데올로기는 여전히 시행되고 있는 장애 선별적 임신 중지와 같은 의료 기술은 물론, 매우 일상적인 도구들에도 스며들어 있다. 가령 흔히 판매되는 피부 미백 크림은 피부색이 어두운 신체는 매력적이지 않은 몸, 도덕적이지 못한 몸으로 여기는 인종차별적인 메시지를 강화하며 백인 우월주의를 답습하는 식이다. 반대로 부작용을 감수하며 마비된 다리를 고치기보다, 휠체어를 타고 어디든 다닐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어떨까.
저자는 장애를 수용하고, 있는 그대로의 몸과 마음을 주장하며, 비장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9호(23.10.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