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우리 김을 수출한다는 한 업체 말만 믿고, 6년간 무려 1,300억 원 이상의 수출대행사업을 해준 곳이 있습니다.
해당 업체가 낸 서류는 대부분 조작, 위조된 것이었지만, 기초적인 확인조차 하지 않고 그 큰 대행사업을 해준 겁니다.
그러다가 최근엔 152억 원을 떼였습니다.
어디냐고요.
우리 농식품의 수출을 대행하거나 지원해 준다는 NH농협무역이란 곳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었는지, 정태진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지난 2016년, NH농협무역은 한 제조업체로부터 "중국에 김을 수출하는 데 필요한 대행사업을 해달라"는 제안을 받습니다.
중국에 판매선이 있다는 업체 설명에 2016년 200만 달러를 시작으로 매년 규모는 크게 늘어났습니다.
6년간 대행사업의 규모는 1,356억 원.
농협무역은 수출액의 3%를 수수료로 받았습니다.
문제가 없어 보였던 사업은 2021년 152억 원의 미수금이 생기면서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실제로 김 수출은 이뤄지지 않았거나 부풀려졌고, 통관사 명의의 서류는 대부분 위조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업체 관계자는 중국에 도피했다가 지난 5월 검거된 뒤 송환돼 사기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농협무역 측은 처음부터 사기 목적으로 조작해 알아채기 어려웠다고 해명했습니다.
▶ 인터뷰 : NH농협무역 관계자
- "그쪽에서 철저하게 준비를 했기 때문에 저희한테 보여주는 것하고 실제로 나가는 것하고 다르게 한다거나…."
하지만, 수수료를 떼는 단순 실적을 올리는 데 급급해 1천억대 수출 대행사업을 벌이면서 제대로 된 실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 인터뷰 : 정희용 / 국민의힘 의원 (국회 농해수위)
- "농식품 수출을 선도하는 전문 무역상사라는 소개가 무색합니다. 제대로 된 관리감독 없이 방치한 거라 생각할 수 있는데요.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고…."
농협무역 측은 임직원 21명에 대해 관리소홀로 징계해직·감봉 등 중징계를 내렸다며, 외부 지원 사업에는 기준을 강화해 실사를 벌이겠다고 밝혔습니다.
MBN뉴스 정태진입니다. [jtj@mbn.co.kr]
영상취재 : 최영구 기자 현기혁 VJ
영상편집 : 이범성
그래픽 : 박경희 권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