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현장에 있던 개까진 죽이지 않아…스스로 통제 가능"
↑ 수원고법 전경 / 사진=연합뉴스 |
부모가 외계인으로 보인다는 망상에 빠져 살해한 30대 딸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오늘(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1부(박선준 정현식 배윤경 고법판사)는 존속살해와 살인 혐의로 기소된 A(32)씨와 검찰 측이 제기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유지했습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5년과 치료감호,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30대 딸이 주장한 '심신상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만일 '심신상실'이 인정된다면 부모를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딸은 '무죄' 판결이 내려질 수도 있습니다. 형법 제10조 1항에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상태, 즉 심신상실 상태에선 처벌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항소심 첫 공판에서 A씨 측 변호인은 "A씨가 결과적으로 사람을 살해했지만 '심신상실' 상태에서 부모가 '뱀 형상을 한 외계인'으로 보여 살해한 사건이다"며 "살인이 아닌 '살생'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A씨 측은 1심에서도 '심신상실'을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심신미약'만 인정한 바 있습니다.
지난달 7일에 열린 결심공판에서 A씨 측은 "피고인과 부모들 사이에는 아무런 원한관계가 없고 사이가 너무 좋았다"며 이를 뒷받침할 A씨와 A씨 모친 사이의 문자 내역을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또한 A씨 측은 '외계인 지구점령 2029년까지 80% 인구감소' 등의 내용이 담긴 일기장을 제출하며 '심신상실'을 입증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살인의 동기'를 갖고 있었으며, '사물을 변별할 능력과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하나마 존재하는 상태'에서 해당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계부를 간병하느라 자신의 친모인 피해자가 힘들어했다는 둥 계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반복해 드러냈다"며 "피고인은 계부를 먼저 살해한 후 이를 모친이 제지하자 같이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고 일관되기 진술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A씨는 범행 현장에 있었던 개를 보고도 죽이지 않아 스스로 행위를 통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 점을 보면 A씨는 어느 정도 상황을 판단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7월 21일 오후 5시 22분부터 오후 7시 42분 사이 경기도 군포시 소재 아버지 B(65)씨 주거지에서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해 누워있던 B씨의 복부와 가슴 부위 등을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했습니다.
A씨는 이를 말리던 어머니 C(57)씨도 흉기로 찔러 살해했습니다.
A씨는 조사에서 "아빠
그는 B씨가 어린 시절 친모를 자주 폭행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 불만을 품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15년경 병원에서 양극성 정동장애 진단을 받았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