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힘을 가진 느낌, 대화방 덕분에 쌤들 신상에 변화"
"미X년" 인신공격에 남편 권력 내세워 협박 메시지 보내기도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단체 대화방을 개설해 지속해서 갑질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지난 26일 교육언론 창은 서울 강남 소재의 공립초등학교 학부모 익명 단톡방인 'A사모(서울 A초를 사랑하는 모임)' 대화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이 대화방은 2021년 9월 3일 개설됐으며 어제(26일) 기준 366명이 가입된 상태입니다.
매체는 A 초등학교 일부 학부모들이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모듈러 교실' 반대 활동을 벌이면서 대화방을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화 내용을 보면, 한 학부모는 "전 이 익명(대화)방이 영원했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힘을 가진 느낌이 있잖아요?"라며 "우리들 톡을 통해서 많은 쌤들 신상에 변화 생긴 거 다 봤잖아요. 저만 쓰레기인가요?"라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한 학부모는 교장을 겨냥해 "교장 멱살 한번 제대로 잡혀야 정신 차릴 듯"이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습니다.
"교장 선생님 몸이 많이 안 좋아지셨나 보다"면서 "부검하자"고 조롱하는 학부모도 있었습니다.
일부는 '남편의 권력'을 내세우며 협박성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시간 얼마 안 남았어요. 아빠들 나서기 전에 해결하세요"라며 "젊잖은(점잖은) 아빠들 나서면 끝장 보는 사람들이에요. 괜히 사회에서 난다긴다 소리 듣는 거 아니에요"라고 경고했습니다.
이 학부모는 또 "여기 학부모들이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만 있는 줄 아나 봐요. 왜 학부모나 친인척 중에 고위공무원이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모듈러 사업을 철회가) 조용히 정년까지 갈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습니다.
해당 메시지에는 '좋아요' 공감표시가 두 개 달렸습니다.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교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인싱공격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이들은 "교장 그릇이 아니다", "미X 여자", "○○○씨, 동대문에서 장사하시다 오셨나요?" 등 메시지를 보내며 교장을 공격했습니다.
결국 이 무렵 모듈러 사업은 A 초등학교와 서울시교육청의 사실상 포기 선언으로 취소됐습니다.
사업이 철회된 이후에도 A사모 학부모들은 "오늘도 아침을 모닝 민원으로 시작했다", "민원은 사랑입니다" 등 '민원 사랑'을 이어갔습니다.
지난 9월 4일 서이초 사망 교사 49재날 무렵 교사들의 추모 집회 참석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한 학부모는 "집회하시고 복귀하시면 학생들에게 교실 비워 미안하다고 하라"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지난 19일에도 교사를 조롱하는 글이 올라오는 등 최근까지 운영된 A사모
A 학교에 재직 중인 교원의 증언에 따르면, 단톡방이 개설된 뒤인 2021년 말 교원전출서류를 작성할 때 이 학교 정규직 교원 70여 명 가운데 33%인 23명가량이 비정기 전보전출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유나 디짙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