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용도로 비상 연락처 사용해" 민원 제기
↑ 햄스터, 교권 침해 이미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 사진 = 매일경제, 게티이미지뱅크 |
어린이집 교사 집에 몰래 들어가 햄스터를 훔친 아이의 부모가 사과도 없이 민원을 제기해 논란입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교사 집에 도둑질한 7세, 제가 그만둬야 할까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강원도 춘천의 한 어린이집 보조교사로 근무하고 있다는 작성자 A 씨는 "제 딸이 7세 반인데, 같은 아파트에 딸과 같은 반 아이들 중 한 명을 집으로 초대했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이후 마트에 갈 거라며 다 같이 밖으로 나왔고, 장을 본 뒤 집에 들어왔는데 햄스터가 없어졌다"면서 "이상한 느낌에 폐쇄회로(CC)TV를 돌려보니 제가 나간 뒤 (그 아이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와서 무언가를 들고 나가는 영상이 찍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아이 집으로 가서 초인종을 눌렀는데 나오지 않아서 급한 마음에 비상 연락망으로 (학부모에게)연락을 드렸다"면서 "처음에는 '어떡하죠? 찾아볼게요' 하더니 애가 집에 놓고 나왔다고 우기더라. 영상을 본 지인 등 전부가 애가 손에 뭘 들고 나갔네 하시는데 그 집 부모님만 아니라고 한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다른 것 필요 없고 아이들끼리 사과를 주고받은 뒤 햄스터만 찾아주면 좋겠다고 학부모에게 요청했다니 "어쩌라는 거냐, 내 아들 때리기라도 하라는 거냐"며 소리를 쳤다는 게 A 씨의 설명입니다.
A 씨의 거듭되는 사과 요청에 상대 부모는 아이를 데려왔지만, 아이는 '미안해' 한 마디 하고 놀이터로 향했고, 부모는 대수롭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고 합니다.
심지어 "애 단속할 테니 비밀번호를 바꾸는 수고는 안 하셔도 된다"며 비아냥대기도 했습니다.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A 씨는 근무지에서 더 당황스러운 연락을 받게 됐는데, 비상 연락망을 개인적 용도로 이용한 것을 두고 아이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했다는 겁니다.
A 씨는 "그러면 경찰서를 통해 신고하고 연락했어야 했냐"며 "아이 배려하는 차원에서 영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연락을 드린 게 이렇게 민원의 대상이 될 줄 몰랐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그러면서 "급한 마음에 가지고 있던 연락처로 연락을 드린 제 실수는 인정하지만, 제 직장 동료들이 어머님의 항의를 듣고 있는 이 상황이 힘들다"고 털어놨습니다.
↑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현장 교사와 함께하는 제1차 부총리-현장 교원과의 대화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이 교원들의 요구 사항을 말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
최근 교사들을 향한 일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이 교권침해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교총)은 교권침해 접수 실태를 발표한 바 있다.
학생·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사례는 총 1만1,628건이 접수됐으
학부모의 교권침해 유형은 아동학대 신고·협박이나 악성민원 사례가 6,720건(57.8%)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폭언·욕설이 1,346건(16.1%)을 차지했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