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이 말이 ‘메르’보다 어울리는 작가는 없다. 블로그에 매일 밤 자정, 세계 경제와 정치를 하나로 꿰는 글을 올린 지 1년 만에 10만 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최고경영자(CEO)와 오피니언 리더들이 앞 다퉈 글을 읽으면서 적어도 투자 좀 한다는 이들 사이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됐다.
『1%를 읽는 힘』
↑ 메르 지음 / 토네이도 펴냄 |
왜 반도체를 패권 국가 경쟁의 핵심이라고 하는지, 2차 전지가 그토록 화제가 되고 있는지, 희토류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등에 관한 분석을 들려준다. 또 미국이 금리를 빠르게 올려도 일본이 따라서 올리지 못하는 내막 등 투자자에게 필요한 지식도 알려준다.
이 책의 백미는 흐름을 연결시켜 투자의 기회로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4장이다.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투자 기회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무역풍이 태평양 바닷물을 동에서 서쪽으로 밀면서 중앙부에는 따뜻한 해류가 흘러 풍부한 어장이 형성된다. 에콰도르 어부들은 성탄절이 되면 몇 년에 한 번 어획량이 감소하는 패턴을 발견했다. 어민들은 이를 ‘아기 예수가 주는 휴가’라는 뜻의 엘니뇨란 이름을 붙였다. 태평양 중앙부 해류가 2도 이상 3개월 넘게 올라가면 슈퍼 엘니뇨라 부른다. 가장 최근 슈퍼 엘니뇨가 온 2015년 겨울 한국에서는 빙어축제가 취소됐다. 8년 만인 2023년에는 슈퍼 엘니뇨의 징후가 보도됐다. 5월 해수면 온도는 100년 중 가장 높은 온도로 기록됐다. 올 여름 전 세계적 폭염이 휩쓴 배경이다. 인도와 동남아의 밀 수확 시기는 6월로 직전인 4~5월 기상이 중요한데 폭염이 오면 작황이 떨어진다. 이상기후로 곡물가가 오르면 보통 6개월 후행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친다.
기상이변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최근의 폭염은 ‘그린택소노미’를 강화시키고 있다. 에너지원의 친환경 여부를 분류하는 체계를 통해 많은 경제 활동의 성패가 갈린다. 현대차가 EU로 수출할 때 그린택소노미에 들어가지 않는 석탄 발전으로 만든 전기로 차를 만들면 탄소세를 내야 한다. 신재생 에너지로 만든 차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미국에는 대규모 전력 저장소가 거의 없고 매일 사용하는 전력을 항상 새로 만들고 있어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비중이 늘수록 과소 혹은 과다 발전에 대한 대응이 힘든 상태다. 중국과 미국은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확대를 다른 방향으로 추진 중이다. 민간 기업인 테슬라가 에너지 거래 플랫폼을 상용화한 수퍼차저는 단지 충전소가 아니라 에너지 거래소로 이들의 캐시카우다. 한국도 버려지는 에너지가 많다. 현 정책대로면 단가가 가장 비싼 LNG 발전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제대로 된 에너지 믹스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인생의 언어가 필요한 순간』
↑ 니콜라 가르디니 지음 / 전경훈 옮김 / 윌북 펴냄 |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주고, 거듭 인용되어온 보석 같은 문장들을 모아 정리한 책이다. 저자 니콜라 가르디니는 세계적인 고전 번역가이자 옥스퍼드대학교 문학 교수, 이탈리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인 비아레조상을 비롯해 유수의 상을 받은 소설가이자 시인이다. 그는 고전 중에서도 라틴어 고전이 특별한 이유는, 인류 지성사의 요체가 라틴어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라 말한다. 라틴어는 오래도록 서양 문명의 기틀이었다. 고대인의 지혜를 표현하는 수단이었던 이 언어에, 르네상스를 비롯해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가와 철학자, 사상가의 해석과 인용이 덧붙여지며 라틴어의 세계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8호(23.9.2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