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나 일가족 3명이 베란다 난간에 매달려 있다가 변을 당했죠.
불이 현관 앞까지 덮쳐 달리 대피할 곳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은 지 30년이 넘은 이런 아파트에는 피난시설은커녕 스프링클러도 없어 그야말로 화재에 무방비 상태입니다.
박상호 기자입니다.
【 기자 】
아파트 7층 창문으로 시뻘건 불길과 연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당시 집에 있던 일가족 3명은 불길을 피해 베란다 난간에 매달려 있다가 1층으로 떨어졌습니다.
현관 앞까지 불이 번져 달리 피할 곳이 없었던 것인데 결국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 스탠딩 : 박상호 / 기자
- "이곳은 불난 집 바로 위층입니다. 보통 아파트에는 베란다 안쪽 문을 열면 옆집으로 대피할 수 있는 경량 칸막이가 있는데요. 이곳은 관련 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지어져 피난시설이 전혀 없습니다."
1992년 7월부터 경량 칸막이 설치를 의무화했는데 불이 난 아파트는 그해 2월에 준공됐습니다.
▶ 인터뷰 : 아파트 입주민
- "(예전엔) 그렇게 걱정은 안 했죠. 이런 일을 겪고 나니까 지금은 어떤 안전장치가 설치돼야 하지 않겠나…."
문제는 경량 칸막이나 하향식 피난구 같은 피난시설이 하나도 없는 아파트가 더 많다는 점입니다.
부산의 아파트단지 3,900여 곳 가운데 피난시설이 있는 곳은 1,400여 곳으로 전체의 36.3%에 불과합니다.
피난시설이 없는 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도 거의 없다는 점이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1990년대 지어진 15층 이하 아파트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었는데, 건물이 노후화돼 새로 시설을 보강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 인터뷰 : 김만규 / 부산경상대 소방행정안전관리과 교수
- "30년 이상 된 아파트는 첫째 각 세대당 소화기를 꼭 비치하고 사용법을 숙지하고 (피난용) 완강기 정도는 있으면 좋겠다."
전문가들은 유일한 탈출 통로인 현관 앞에는 가연성 물질을 두지 말고, 무엇보다 반복적인 피난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MBN뉴스 박상호입니다. [hachi@mbn.co.kr]
영상취재 : 안동균 기자
영상편집 : 김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