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흰머리가 전체의 1/3 이상이면 진료
빈혈, 골감소증, 당뇨병, 신장병, 심장병과도 연관
여름 내 눌러쓰고 다니던 모자를 벗고 보니 흰머리가 급격히 늘어 있다. 흰머리가 난 지는 오래 됐지만 두세 달 사이 이렇게 늘어나기는 처음이라 당황스럽다. 문득 지난 여름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은 일이 있었나 되짚어 본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흰머리를 부른다는 건 사실일까?
↑ 사진 언스플래시 |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스트레스가 멜라닌 세포의 줄기세포 감소를 유발해 흰머리를 늘린다고 주장한다. 다른 연구진은 장기간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 머리 색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미국의 한 의사는 흰머리를 가진 환자를 조사해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에게서 흰머리가 빨리 나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5~10년 정도 앞당겨진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트레스가 흰머리를 부르는 과정은 이렇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드레날린 분비량이 늘고 이 아드레날린이 모근과 연결된 혈관을 수축시켜, 머리카락으로 영양이 공급되는 것을 방해하고 멜라닌 색소 생성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스트레스의 영향이 적지 않지만 흰머리가 생기는 원인에는 노화와 유전의 지분이 더 크다. 나이가 들면 모발 피질의 멜라닌 색소 생산량이 줄어들어 머리가 희게 탈색되는 것이다. 보통 남성은 30∼34세, 여성은 35∼39세부터 흰머리가 나기 시작한다.
특히 흰머리와 심장병 위험의 연관성은 꽤 주목받아 왔다. 인도의 심장전문병원 연구진이 40세 이하 남성들을 비교한 결과, 흰머리나 탈모가 있는 남성은 건강한 남성보다 심장병 위험이 다섯 배나 높았다. 연구진은 흰머리가 노화 가속도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비만과 흡연도 흰머리와 관련 있다. 흰머리가 생긴 청년들을 비교했을 때 뚱뚱한 쪽이 확실히 흰머리가 많았는데, 전문가들은 비만인의 대사 변화가 멜라닌 색소에 영향을 미친다고 추정한다. 흡연은 노화를 촉진해 흰머리를 부르고, 과도한 다이어트로 비타민B12와 엽산 섭취가 부족하면 멜라닌 색소 형성이 원활하지 않은 점도 기억하자.
흔히 검은콩·검은깨·검은쌀 등을 찾아 먹는데, 그보다는 철분과 아연 등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녹색 야채나 김, 미역 등의 해조류가 도움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인지하면 심호흡과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주의를 환기하고, 스트레스 해소 효과를 경험한 취미 활동을 평소에 꾸준히 해 주면 좋다.
[글 송이령(프리랜서)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