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간 지속적인 악성 민원에 시달렸던 대전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운데, 한 동료 교사가 8일 오후 숨진 교사가 근무했던 학교 앞에 놓인 추모 화환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마지막까지 선생님이셨습니다. 어려운 결정해 주신 유가족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8일) 대전 지역 온라인커뮤니티에 이같은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전 유성구 초등학교 A 교사의 유족들이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신체조직 기증을 결정하자 감사를 표하는 글이 올라온 겁니다. 이는 고인의 평소 신념에 따른 결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지난 7일 오후 6시쯤 교사 A 씨의 유족들은 그의 사망선고를 받은 뒤 신체조직(피부) 기증을 결정했습니다.
기증된 A 씨의 신체조직은 향후 긴급 피부 이식 수술이 필요한 화상 환자 등 100여 명에게 전달될 예정입니다.
해당 글을 작성한 게시자는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 올린다며 “선생님께서 영면 직후 화상 환자분께 피부를 기증하고 가셨다”며 “유가족께서는 장기 기증도 검토했지만, 상황이 여의찮았다”고 적었습니다.
신체조직과 안구를 제외한 장기기증은 통상 뇌사 상태의 환자가 사망선고를 받기 전에 가능합니다.
한편 A 씨는 지난 5일 오후 대전 유성구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만에 숨졌습니다.
대전시교육청과 대전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올해로 20년 차 교사인 A 씨는 2019년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면서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고 2020년에는 무고성 아동학대로 고소까지 당했습니다.
당시 담임을 맡고 있던 학급 학생이 교사 지시를 무시하고 친구를 괴롭힌다고 판단해 훈육했는데, 학부모는 ‘아이에게 망신을 주었다’는 취지로 학교와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또 아동학대 혐의 등으로 A 씨를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검찰 수사 끝에 무혐의 처분이 나왔지만 이후 트라우마(사고후유장애)를 호소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을 접한 후 당시의 고통이 떠올라 힘들어했던 것으로 전해집니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