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슈머(Zero+Consumer)’ 위한 제품 봇물
아스파탐 둘러싼 논란 재점화
‘감미료 돌려막기’ 대신 점차적으로 당 섭취 줄여야
최근 설탕을 빼고 인공감미료를 넣어 칼로리를 줄인 ‘제로 슈가(Zero Sugar)’ 식품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세계보건기구는 이 인공감미료에 경고장을 냈다.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하며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보이기 시작한 것. 제로 슈가, 먹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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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언스플래시 |
#1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제로 슈가의 첨가물인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의 유해성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발암 가능물질 2B군에 분류했다고 밝혔다.
#2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된 아스파탐에 대해 식약처는 섭취 허용량을 기존과 변화 없이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의 평가 결과와 대한민국 국민의 아스파탐 섭취량을 고려했을 때 현재 사용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3 세계보건기구(WHO)는 283개의 연구를 체계적으로 검토한 결과 ‘체중 감량이나 비전염성 질병위험을 줄이는 목적으로는 대체당을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그 대상엔 설탕으로 분류되지 않은 모든 인공, 자연감미료를 포함시켰다. 구체적으로 아스파탐, 아세설팜칼륨, 사이클라메이크, 네오탐, 사카린, 수크랄로스, 스테비아와 스테비아 파생물 등을 언급했다.
유통계 장악한 제로슈머 “제로로 주세요!”
건강을 챙기면서도 먹고 싶은 건 잘 선별해 먹겠다는 헬시플레저의 선택은 최근 ‘제로 슈가’로 향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 시장이 2019년 452억 원에서 2021년 2,189억으로 성장했다. 2022년도도 3,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며 현재 탄산음료 판매량 4캔 중 1캔이 제로 음료라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제로 음료의 인기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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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언스플래시 |
이렇게 소비자들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콘셉트로 ‘제로 슈머’(Zero+Consumer)를 거느린 무가당 제품 속에는 단맛을 대체하는 아스파탐, 아세설판칼륨, 수크랄로스 등 여러 인공감미료가 들어간다. 각자 내는 단맛의 세기와 특징, 바디감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적절하게 조합해 새로운 단맛을 구현할 수 있는데 그 결과 설탕과 구분하기 어려운 정도로 유사한 단맛을 낼 수 있게 되었다. 대체당들의 조합이 브랜드의 단맛을 좌지우지하는 키가 된 것.
이렇게 인공감미료의 활약이 두드러진 최근, 세계보건기구에서 브레이크를 걸었다.‘인공감미료 중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 2B군에 분류했다’는 발표를 낸 것. 건강을 위해 먹었던 음식이 암을 일으킨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아스파탐 먹어도 돼 VS 안돼
‘아스파탐’은 1974년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사용 승인을 받아 전 세계 200여 개 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인공 감미료이다. 설탕의 200배 이상의 단맛을 가지고 있어 극소량만으로도 맛을 낼 수 있다. 강한 단맛을 내지만 비영양물질로 대부분 저칼로리 또는 무(無)칼로리. 그야말로 달콤하지만 칼로리는 없는 마법의 가루다. 다이어트 음료는 물론 저당 무가당 스낵류, 일부 요거트와 유제품, 시리얼 등의 식품과 막걸리, 소주 등 주류에도 첨가되고 있으며 심지어 약의 쓴맛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럽제, 항생제 등 700여 개의 의약품에도 들어가는 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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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언스플래시 |
더 혼란스러운 것은 다른 부처들의 의견. 최초 아스파탐을 승인한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는 ‘그동안 오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식품 첨가물 중 하나로 승인된 조건에서 사용 시 안전성에 우려될 만한 과학적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유럽식품안정청(EFSA)에서도 ‘하루 섭취 허용량을 지키면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고, 우리나라 식품의약안전처 역시 ‘아스파탐 섭취의 안정성에 문제가 없으며 현행 사용 기준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공표했다. 그렇다면 발암 가능 물질을 그냥 계속 그대로 먹어도 괜찮은 것인가?
아스파탐의 현행 일일 허용 섭취량은 체중 1㎏당 40㎎이다. 60㎏ 성인을 기준으로 한다면 하루에 제로 탄산음료(한 캔에 250㎖)는 55캔, 막걸리(한 병에 750㎖)는 33병을 마시는 양.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현실적으로 일반인들에게는 가능할 수 없는 수치로, 하루에 제로 슈가 탄산음료 한두 캔 정도 마시는 것은 전혀 건강상 무리가 없어 보이는 기준임을 알 수 있다. 왜 기준을 변경하지 않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더욱이 국제 암연구소가 발표한 발암 물질 분류표도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있다. 아스파탐이 분류된 ‘2B군’은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319종을 구분한 것인데, 암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암과 연관이 있다는 인체 연구 자료나 동물 실험 결과가 충분치 않을 때 매기는 등급이다. 그 안에는 우리나라 건강식품인 김치를 비롯해 피클과 같은 아시아의 절임 채소, 알로에베라 잎 추출물도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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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언스플래시 |
우리가 매일 먹는 김치를 발암 가능 물질이라 밥상에 올리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되는 상위등급인 ‘2A군’에는 붉은 고기, 고온의 튀김이 등재되어 있고,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된 1군에는 술, 담배가 분류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발암 가능 물질이라는 단어가 주는 두려움에 비해 실제 위험성은 덜한 것을 알 수 있다.
꿩 대신 닭? 아스파탐의 대안
아스파탐 발암 가능 물질 분류 발표 이후 현행법은 달라질 것이 없는 상황이지만 식품업계는 탈 아스파탐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아스파탐의 안정성을 논하는 각처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발 빠른 업계에서는 대체 감미료를 새롭게 찾거나 사카린나트륨, 아세설팜칼륨, 슈크랄로스 등 다른 감미료로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인공 감미료는 안전할까?
사카린나트륨은 1970년대 캐나다 보건 연구소에서 쥐의 종양을 발생시킨다는 결과를 발표해 사용이 금지된 감미료다. 1995년 유럽식품 안전청에서 재평가한 결과 캐나다 실험은 오류이며, 인체에 암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발표로 그 오명을 벗었고 현재 100개 국 이상에서 사용하고 있다. 아세설팜칼륨도 몸에 축적된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식약처는 ‘아세설팜칼륨은 24시간 이내에 98% 이상 소변으로 배출돼 체내에 축적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슈크랄로스 역시 설탕의 600배에 달하는 강한 단맛을 가졌으며 식품첨가물전문가협회에서 안정성이 확인된 품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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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언스플래시 |
인공 감미료가 아닌 천연 감미료로 분류되는 알롤로스도 최근 부각되고 있는데 건포도나 무화과에 추출한 천연 대체체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사실 반만 맞다. 유전공학 기법으로 개량한 미생물 효소를 사용해 과당으로부터 합성한 식품으로 천연의 이름만 보면 안 된다. 아스파탐이나 다른 인공감미료와 같은 류의 식약처가 승인한 22개의 대체당 중 하나일 뿐이다. 아직 100년이 채 안 된 이 식품들의 안정상과 위험성에 대한 연구와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늘 변수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알고 보면 도긴개긴 같은 ‘감미료 돌려 막기’ 식 대응은 슈가 프리 혹은 제로 마케팅(유해 물질의 함량을 없애 고객을 끄는 영업전략)에 집중했던 식품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것이다. 믿고 먹고 마시던 건강한 제로 식품이 발암 가능 물질과 연결되면서 커진 소비자들의 불안을 발 빠르게 따르기 위한 변화의 일환이 아니었을까.
인공감미료는 양날의 검
아스파탐을 포함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다른 인공 감미료들 모두 알고 제대로 먹을 때 순기능이 있다. 단맛을 내지만 실제 함유된 당이 매우 적기 때문에 급격한 혈당 상승을 일으키지 않아 당을 제한하는 당뇨환자들에게는 대체식으로 좋다. 모두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대부분 배설되므로 혈당치와 인슐린 분비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과체중 감량을 해야 하는 비만 인구나 칼로리 제한식이나 장기전을 진행하는 다이어터의 치팅데이 음식으로 일시적으로 사용한다면 도움은 된다. 또한 설탕과 같이 충치를 유발하는 균이 없어 충치 예방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몇 가지 효과 때문에 건강식품의 대안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유해성이 있는 물질을 따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노출 빈도와 양이다. 현재 사용 및 표시 기준이 미비해 얼마만큼 들어 있는지 알 수 없으며, 어느 정도 자주 먹어야 위험한지도 제공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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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언스플래시 |
2021년 인공감미료의 장기 사용의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연구 논문이 영양분야 국제 학술지 「뉴트리언트(Nutrients)」에 발표되었다. 장기적인 감미료 섭취는 단맛에 길들여지게 하며, 내분비계와 신경계를 교란시켜 단맛을 더 당기게 하고 결국엔 식욕을 높여 음식 섭취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 장내 유익미생물 불균형을 유발시킬 수 있어 당뇨나 비만,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여러 논문에서 이를 우려하고 지적하고 있어 인공 감미료의 양날의 선택은 현재 소비자들의 몫이 되어버렸다.
성분의 안정성을 떠나 스스로 인공감미료를 내가 왜 사용해야 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당뇨나 심한 비만 등 건강상 특별한 상황이 아님에도 제로 슈가 제품을 맹신하여
무분별하게 즐기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설탕 없이 단맛을 향유하겠다는 마음으로 대체재를 찾는 것은 위험하다. 건강을 진정 생각하는 ‘현명한 제로 슈머’ 소비자라면 단맛에 대한 민감도를 떨어뜨리며 점차적인 당 섭취를 줄여가는 것을 우선시해야 한다.
[글 최유진(칼럼니스트)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