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말죽거리잔혹사' |
학생들이 줄지어 엎드려서 대걸레 자루로 맞는 모습,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한 장면입니다. 학생들끼리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길라치면 담임이 나서서 다소 폭력적으로 해결하던가, 학생주임의 호출을 받던 일은 2000년대 초반까지 왕왕 있었습니다. 이런 고등학교 모습을 그린 영화들이 2000년대 초반까지 나왔던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지금의 ‘말죽거리’는 강남 3구로 꼽히는 서초구에 속해있고, 지금은 나름 학군이 좋은 곳으로 꼽히는 지역입니다.
문제가 된 서이초등학교도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불과 2~30년전 만해도 교권은 공고했던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딴판입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요?
↑ 출처: 나무위키 |
오히려 과도한 교실 폭력으로, 과거에 강남-서초 지역의 학생들이 들고 일어났던 적이 있습니다. 그 모토가 됐던 영화가 ‘두사부일체’입니다.
학교 재단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성적 조작이나 불법 찬조금을 요구하는 일이 빈번했고 일부 교사들이 양심선언을 했습니다.
결국 재학생들이 서초역으로 집회 시위가 강행하고 머리를 밀고 등교를 거부하는 등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아들들이 (상문고는 남고입니다) 경찰서에 끌려가진 않을까, 집회에 동참하는 부모들도 생겼습니다. 이후 신입생으로 배정된 400명은 바로 자퇴서를 재출했습니다. 불과 2000년대 초반의 일이죠.
이 일이 계기였는 지 모르겠지만, 2006년 넘어서면서 학생인권조례안이 논의에 올랐고 아동학대라는 개념도 사회에 등장했습니다.
'교육'의 이름으로 대걸레 자루나 하키자루로 때리는 것은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이 등장한 겁니다. 훈육의 이름으로 자행되던 폭력들은 이렇게 사라졌습니다.
↑ 양천구 한 초등학교 추모장에 붙은 글 |
하지만 교권 하락이 그 자리를 대신한 것으로 보입니다.
양천구 초등학교 교사가 사망한 뒤 학교를 찾은 MBN 취재진이 발견한 메모입니다. 이 메모를 쓴 앳된 교사의 모습도 보았는데 그녀는 울음을 참으며 꾹꾹 눌러쓰고는 돌아갔습니다. 그녀의 메모에 쓰인 “담임이 3번 바뀐 학급 담임으로 신규 교사로 들어갔다. 꿈꾸던 교실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처참한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는 부분이 마음이 아픕니다.
실제 서울시 교육청이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3년간 자치구별 초등교사 초임 발령 현황’ 자료에 따르면, 강남, 서초 등 3구는 말 그대로 ‘초임 교사들의 무덤’인 것 같습니다. 최근 3년간 첫 교직 생활을 강남·서초 지역에서 시작한 초임 교사가 30%에 달한다고 합니다.
(2020년 2학기∼2023년 1학기 서울지역 교직 입문 초등교사 1050명 중 29.6%인 311명이 강남·서초구 발령)
경력 교사들이 강남·서초 지역 근무를 기피하면서 발생한 공백을 초임 교사가 메꾸는 것
불과 20여년 만에 바뀐 교권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 여러분 생각은 어떠십니까.
[주진희 기자 / jhookiza@naver.com]
‘취[재]중진담’에서는 MBN 사건팀 기자들이 방송으로 전하지 못했거나 전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들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