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눈치 안 보고 노후 자금 좀 굴려보려고 코인 투자를 했다가 인생 황혼기를 악몽으로 보내게 된 은퇴자들이 있습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코인에 투자해서 전 재산을 날렸는데, 왜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했을까요?
번듯한 국회의원 표창과 화려한 코인 발행식, 탄탄한 사업가 경력에 언론사 회장 타이틀, 게다가 붙임성까지, 이러니 깜빡하고 속을 수밖에 없었겠죠.
한범수 기자가 피해자들을 만나봤습니다.
【 기자 】
법원 앞에 모인 한 무리의 사람들,
사업가 김 모 씨 때문에 평생 모은 재산을 다 날렸다며 엄벌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최 모 씨 (시위 참가자)
- "왜 선한 서민들 피땀 흘린 돈을 가지고 농락합니까."
자세히 보니 모인 사람들 대부분이 머리가 희끗희끗합니다.
직장 생활을 마친 은퇴자들입니다.
불행이 시작된 건 지난 2019년,
비슷한 나이대인 김 씨가 새로운 코인 1억 개를 발행했다면서 투자를 제안해 왔습니다.
가맹점에서 돈처럼 쓸 수 있고, 은행 대출 담보도 가능한 코인이란 말에 솔깃했습니다.
그런데 전부 거짓말이었습니다.
코인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고, 투자금은 김 씨의 사업 자금으로 쓰인 걸로 보입니다.
퇴직금에 아파트 대금, 대출금까지 5억 원을 투자한 50대 A 씨는 결국 병원비도 내지 못하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됐습니다.
▶ 인터뷰 : A 씨 (코인 사기 피해자)
- "앞으로도 계속 투병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3년 전에 미국으로 검진을 가기로 했었어요. 미국 병원을…. 그 돈을 결국 안 주는 바람에…."
과거 김 씨가 운영했던 온라인 쇼핑몰과 천연 화장품 업체에 찾아가 봤습니다.
하지만, 연락이 닿진 않았습니다.
왜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했을까?
번듯한 국회의원 표창과 화려한 코인 발행식,
탄탄한 사업가 경력에 언론사 회장이란 타이틀,
여기에 붙임성까지 있어 꼼짝없이 속아 넘어갔습니다.
▶ 인터뷰(☎) : 임 모 씨 (코인 사기 피해자)
- "쉽게 형님이라고 하고, 술을 한 잔 하면서 농담을 상당히 쉽게 합니다. 경계심을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거죠."
알려진 피해자만 121명,
검찰이 김 씨를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졌지만 피해 구제는 장담할 수 없고, 장밋빛 황혼기를 꿈꿨던 은퇴자들에겐 빚만 남았습니다.
▶ 인터뷰 : 박 모 씨 (코인 사기 피해자)
- "(뇌병변 앓는) 아픈 아이 때문에 사실은 이 세상을 하직하려고 해도 할 수 없습니다."
MBN 뉴스 한범수입니다. [han.beomso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