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공식작전>은 1986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한국 대사관 소속 외교관이 현지 무장 세력에 의해 납치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최초의 한국 외교관 납치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는 ‘피랍’과 ‘21개월 뒤 생환’이라는 시작과 끝만 실제 사건에서 따온 후, 그 과정 속 인물들과 스토리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채운다.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사진 ㈜쇼박스 |
외교관 ‘민준’과 현지 택시기사 ‘판수’의 버디 액션 영화답게 <비공식작전>의 가장 중요한 관람 포인트는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에서 저승차사 ‘강림’과 ‘해원맥’ 역을 맡아 편당 천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들인 ‘흥행 듀오’ 하정우와 주지훈이 영화 속에서 ‘사투 티키타카’를 보여준다. 하정우와는 <터널>, 주지훈과는 <킹덤> 시리즈로 함께 작업했던 김성훈 감독은 공무 수행 중인 외교관과 사기꾼 기질 다분한 택시기사로 둘을 입체적인 듀오 캐릭터로 묶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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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로케이션으로 구현한 1987년의 레바논 베이루트는 테러가 횡행했던 도심, 전통이 살아있는 시장과 뒷골목, 광활한 산맥이 펼쳐진 대자연 등으로 영화 속 내러티브에 생동감을 더한다. “민준과 판수의 관계 변화와 함께 달려가는 영화”라고 말한 김성훈 감독의 설명대로, <비공식작전> 속 두 인물은 베이루트를 배경으로 다양한 감정의 파고를 겪는다. 위기에 놓인 인물들의 뒤에는 황량하고 삭막한 공간이, 화해와 연대를 앞둔 인물들의 배경으로는 너른 대자연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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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지 않았던 위기에 처한 평범한 이들의 사투,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미, 긴장감, 유머를 잘 다뤄내는 것은 김성훈 감독의 특기지만 남북 외교관의 탈출기를 그린 <모가디슈>,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을 다룬 <교섭> 등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소재가 아쉽다. 러닝타임 1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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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4호(23.08.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