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M 5천900→4천500 저하도 비정상"…추가 정밀 분석 필요할 듯
↑ 지난해 12월 사고 당시 모습 / 사진=강릉소방서 제공 |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충돌 5초 전 가속 페달을 최대로 작동시켰다면 최소 시속 125㎞ 이상은 됐을 것"이라는 감정 결과가 나왔습니다.
"사고 5초 전 차량의 속도가 시속 110㎞인 상태에서 분당 회전수(RPM)가 5천500까지 올랐으나 실제 속도는 시속 116㎞까지밖에 오르지 않았다"며 사고기록장치(EDR)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해온 운전자 측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운전자 A씨와 그 가족들이 제조사를 상대로 낸 약 7억 6천만 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심리하고 있는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박재형 부장판사)에서 진행한 EDR 감정 결과가 최근 나왔습니다.
감정인은 "단편적인 자료만으로 볼 때 시속 110㎞ 주행 중에 가속 페달을 최대로 하여 5초 동안 작동시켰다면 차량의 당시 기어비(단수)와 발진 가속 성능에 따른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5초 후에 적어도 (EDR에 기록된) 시속 116㎞보다 높은 상태가 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에서 지정한 전문 감정인은 EDR 자료상 '마지막 0초'가 언제인지 확실하지 않으나 '지하통로 벽에 부딪혔을 때일 개연성이 높다'고 전제하고 EDR 신뢰성 감정을 진행했습니다.
↑ 사고기록장치(EDR)/사진=연합뉴스 |
국내 차량은 수십 초 동안 급발진 현상이 나타나 사고가 발생해도 EDR은 에어백이 전개된 때로부터 소급해서 '마지막 5초'만 저장합니다.
A씨 차량의 경우에도 30여초 동안 급가속하며 675m를 달리면서 앞에 정지해 있던 모닝 승용차, 국도 중앙분리 화단, 콘크리트 전신주, 지하통로 구조물과 총 네 차례 충돌했기에 EDR 자료상의 '마지막 0초'가 어느 시점이냐에 따라서 셈법이 달라집니다.
마지막 0초를 지하통로 구조물 충돌로 전제한 감정인은 급발진 현상이 나타난 거리를 구간별로 나누어 평균 가속도를 계산해보면 충돌 0∼5초 때의 평균 가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 이해되지 않지만, 5초 후 속도가 시속 125㎞는 넘었을 거라고 분석했습니다.
변속장치에 손상이 없었다면 시속 140㎞는 넘었을 거라고 추정되지만, 사고 차량의 동력학적 구조적 특성과 사고 직전의 차량 주행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어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추가 확인 필요성을 언급하긴 했으나 EDR 자료에 5초 후 속도가 시속 116㎞로 기록된 건 감정 결과인 시속 125∼140㎞보다 시속 10∼25㎞ 낮게 기록됐음을 지적한 것이기에 원고 측은 'EDR 기록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고, 풀 액셀을 하지 않았다는 게 입증된 셈'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선처 탄원서/사진=연합뉴스 |
감정인은 또 EDR 자료를 보면 가속페달 변위량이 100%인 상태에서 충돌 4.5∼5초 전 RPM이 5천900에서 4초 전 4천500으로 떨어지고, 이와 비슷한 4천600 상태로 1.5초 정도를 유지하다 충돌한 점도 언급했습니다.
가속페달 변위량(가속 정도를 퍼센트(%)로 변환해 나타내는 기록으로, 99%부터 '풀 액셀'로 평가) 100%를 전제하면 RPM이 5천900에서 4천500으로 떨어지는 현상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에 공기 유입이 충분하지 않았거나 전자제어장치(ECU) 오류가 발생한 경우를 고려할 수 있음을 제시하며, 차량 상태와 ECU, EDR 자료를 정밀하게 확인해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원고 측은 '운전자는 풀 액셀을 밟았다'고 말하는 사고 차량의 EDR 기록과 모순되는, 풀 액셀 상태에서는 발생하기 힘든 '속도 증가 결여'와 'RPM 저하' 현상을 들어 "EDR의 신뢰성이 상실됐다"는 기존 주장을 더 강력하게 펼 것으로 보입니다.
감정인이 EDR에서 데이터를 추출해 마지막 0초가 언제인지 확인하고, 변속장치 손상 여부를 확인해 주행 성능에 이상이 없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냄에 따라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보완 감정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경찰서 나서는 급발진 의심 사고 할머니/사진=연합뉴스 |
지난해 12월 6일 강릉시 홍제동에서 60대 A씨가 손자를 태우고 운전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12살 손자가 숨졌습니다.
이 사고로 A씨가
또 A씨 가족이 지난 2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린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 원인 입증 책임 전환 청원' 글에 5만 명이 동의하면서 관련법 개정 논의를 위한 발판이 마련됐습니다.
[서예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lanastasia776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