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스타그램에 '호텔 프러포즈'를 검색하면 나오는 사진들, 신생아 병실 이미지. / 사진 = 인스타그램, MBN |
'결혼식 전 비싼 장애물: 4,500달러짜리 청혼'
미국 주요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한국의 프러포즈 문화에 대한 기사 제목입니다.
최근 WSJ는 출산율과 혼인율이 떨어지고 있는 한국에서 결혼 전 비싼 청혼을 하고 있는 실태에 대해 분석해 보도했습니다.
실제 청혼을 했거나, 청혼 계획이 있는 한국인들의 인터뷰를 싣기도 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직장인 A 씨는 최근 국내 최고급 호텔에서 남자친구에게 프러포즈를 받았습니다.
A 씨의 남자친구는 하루 숙박비가 약 150만 원인 호텔과 꽃 장식, 샴페인 등이 포함된 청혼 패키지 등 총 수백만 원을 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다른 회사원 B 씨는 최근 여자친구에게 프러포즈를 하는데 호텔 숙박비 등 총 570여만 원을 들였다고 밝혔습니다. 방에 카메라를 3대 설치하고 청혼 과정을 찍은 뒤 SNS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B 씨는 "솔직히 금전적으로 부담이 된다"면서도 "여자친구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했다"고 전했습니다.
값비싼 청혼 문화가 부담돼 프러포즈를 늦추는 사례도 소개됐습니다.
직장인 C 씨는 "여자친구가 호텔에서 명품 가방과 함께 프러포즈를 받은 친구 사진을 보여줬는데 깜짝 놀랐다"며 "머릿속으로 비용이 얼마인지 계산부터 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고급 호텔에서 프러포즈를 하지 않았다는 D 씨는 자신의 청혼을 호텔이 아닌 일반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했다고 사람들에게 소개할 땐 소심해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다른 사람들의 실망감이 느껴진다고 토로했습니다.
WSJ는 "한국 혼인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 "큰 비용이 드는 호화로운 호텔 프러포즈는 혼인율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커플들에게는 압력을 가하는 웨딩 트렌드"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승제 씨는 강의 도중 "우리 때는 오마카세라는 단어가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그때는 다 못 살았는데 아기는 많이 낳았다. 지금은 다 잘 사는데 왜 아기를 안 낳을까"라며 "다 SNS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SNS 안에 있는 이들의 얼굴은 가식과 거짓인데도 보고 나면 자신만 불행하고, 또 자신만 아이를 잘 못 키울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는 게 정승제 씨의 주장입니다.
정승제 씨의 발언을 들은 누리꾼들은 대부분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갈수록 낮아지는 한국의 출생률과 소비 문화에 외신까지 주목하고 있는 상황.
MBN은 대화형 인공지능(AI)서비스 챗GPT에 'SNS 발달에 따른 과시용 소비가 정말 한국의 저출생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적용할 가능성이 있을지' 물어봤습니다.
↑ 사진 = 챗GPT 캡처 |
챗GPT는 SNS 발달에 따른 과시용 소비가 한국의 저출생을 심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답변에 대한 근거로 먼저 '가치관의 변화'를 제시했습니다.
챗GPT는 "SNS를 통해 타인의 성공, 화려한 라이프스타일 등이 과시되면서 개인들은 외부의 시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신을 부각시키려는 경향이 강화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가족 중심의 가치나 출산에 대한 우선순위가 낮아지고 개인적인 만족과 풍요를 추구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번째 근거로는 '경제적 부담'을 언급했습니다.
챗GPT는 "SNS를 통한 과시용 소비는 종종 럭셔리 제품이나 경험에 관련돼 있다"면서 "이로 인해 경제적 부담이 증가하면서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불안감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SNS 사용으로 인해 가족과의 소통과 시간이 줄어들면서 가족 중심의 가치가 희석되고, 개인의 가치가 외부의 인정에 이해 결정되는 경향이 생기면서 출산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챗GPT는 이러한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가족 중심의 가치를 강조하고, 가족 형성과 양육의 중요성을 알려야 하고 ▲미디어 소비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사용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을 통해 개인들이 SNS의 영향을 더 잘 이해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부모들이 경제적인 부담 없이 출산과 양육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SNS가 저출생에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는 의견과 "상당히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으로 나뉘었습니다.
이홍주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MBN과의 통화에서 "저출산의 원인은 다양하다"며 "SNS의 발달로 인한 과소비가 저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은 너무 지엽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이홍주 교수는 "과소비의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면서 "그 중 하나가 가족 중심적인 가치보다 개인 중심적인 가치가 더 중요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SNS는 그런 개인 중심적인 사고로 인한 과시욕을 드러내는 채널일 뿐이지, 저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에는 조금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건 사실"이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정지우 문화평론가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SNS를 통해 각자의 가장 값비싼 순간을 전시하는 문화처럼 소비에서의 서열을 드러내는 문화가 너무 노골화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이런 것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하고 있다는 말에 상당히 동의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물론 이것만으로 출산율과 혼인율이 저하하는 원인이라고 꼬집어 말하기에는 상당히 부족한 면이 있다"면서도 "그런 문화가 청년 세대에서 상당히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을 사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신생아 병동 자료화면. / 사진 = MBN |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평균 출생아 수)이 0.78명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59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OECD 38개국 가운데서도 압도적으로 낮은 '꼴찌'입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 합계출산율이 또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통계청이 지난 5월 발표한 '2023년 5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출생아 수는 1만 8,988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보다 -5.3%(1069명) 감소했습니다.
월별 출생아 수가 전달(4월)에 이어 2개월 연속 2만 명 아래로 떨어진 겁니다.
1분기 출생아 수(6만4,256명)도 작년 동기보다 4,116명(6.0%) 줄어 1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통상 연초에 출생아 수가 많고, 연말로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를 고려하면 하반기 합계출산율은 더 내려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15년간 정부가 약 300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시행한 여러 정책의 효과가 미비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다자녀 기준 '2명'으로 확대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한도 확대 등의 대책도 "돌봄노동을 가치 절하", "비현실적", "부자 감세" 등의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한 번 '반짝'하는 정책이 아닌 출생률 저하의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고 장기적인 대응 방안을 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높은 집값·사교육비·일자리 문제·여성 경력 단절 등을 두려워하는 청년층의 '불안감'이 저출생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청년 세대
올해 입학생이 '0명'인 초등학교가 전국에서 총 145곳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10명 미만인 초등학교는 1,500곳을 넘겼습니다.
정부가 출생률 저하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할 시점입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